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 문제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 속에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는 외국인 미혼모의 체류 자격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외국인 미혼모의 체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비자 제도를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대로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권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국민과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만 자녀양육(F-6-2) 비자를 부여한다. 혼외자를 키우고 있는 외국인 미혼모를 위한 체류 자격은 사실상 없다. 법무부는 한국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외국인 미혼모에게 방문동거(F-1) 비자를 주는데, 2년마다 관련 비용을 납부하고 체류 자격을 연장해야 한다. 게다가 자녀가 성년이 되면 연장이 불가하다.
법무부는 F-1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 미혼모가 예외적으로 체류자격 외 활동 허가를 받아 취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제한이 크다. 취업 가능한 직종인 계절근로는 계속 있는 일이 아니고, 외국어회화강사 등 외국어 교육 분야는 모국어로 하는 7개 국가 국민이 아니면 어렵다. 외국인 미혼모는 다문화가족지원제도 서비스도 받지 못한다. 현행 다문화가족지원법은 F-6 비자로 체류하고 있거나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자와 그 자녀만을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승희 충북이주여성상담소 소장은 “부모의 체류가 불안정하면 그 불안이 아이에게 전이될 수밖에 없다”며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포괄적으로 고민해 안정적 양육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도 “한국인 자녀를 양육한다는 점은 결혼이민자와 똑같은데 혼인 여부로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가족결합권은 성인이 돼서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는데 인도주의적 고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년을 기점으로 보호종료아동의 지원책이 끊긴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외국인 미혼모 자녀들도 마찬가지”라며 “요즘 누가 고등학교 졸업한다고 독립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앞서 인권위는 “대한민국 국민과 사이에서 출산한 혼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실질적으로 결혼이민 체류자격자와 같다”며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정상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포함하는 F-6 비자 조건에 준하는 경우”로 판단해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