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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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죽음의 도시’로 불렸던 이탈리아 베르가모…‘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때문?

독일 네안데르탈 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 모형. EPA=연합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와 코로나19 중증 증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4만년 전에 멸종됐지만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의 혼종 교배 영향으로 유럽과 아시아계 게놈(유전자) 가운데 2% 정도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마리오 네그리 약리학연구소는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 연구논문을 인용해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코로나19 중증 증상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이탈리아 도시 베르가모에서 발생한 약 1만명의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코로나19 중증 호흡기 질환과 관련 있는 몇 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는데 그 중 3개의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haplotype·하나의 부모로부터 함께 유전된 유전자들의 그룹)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베르가모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도시로 알프스 산맥 기슭에 위치하며 도시 양편으로 강이 흐른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와 ‘죽음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피해가 컸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을 가진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 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각한 폐렴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2배 높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할 확률은 3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베르가모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중 생명에 위협받을 정도의 심각한 증상을 보인 환자 33%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경미한 증상이나 무증상 환자의 경우에는 해당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연구 결과에도 허점은 있다. 베르가모가 이탈리아 다른 지역과 유럽 내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베르가모를 포함한 이탈리아 북부의 일부 지역이 큰 피해를 봤는데 다른 지역의 피해 이유는 규명이 안 됐다.

 

한편,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코로나19 중증 증상의 연관성은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 박사가 공동 집필한 2020년 네이처 연구논문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당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높은 유럽과 아시아인의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 유전자 보유 비율이 각각 16%와 50%로 나타났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