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부에 있는 인구 4만2000여명의 도시에 독일은 물론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옛 나치를 연상케 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소속 후보인 현 시장의 승리로 끝났고, 극우파 득세에 불안감을 느껴 온 다수 유권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최근 독일 젊은층 사이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AfD의 위력이 새삼 드러났다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24일(현지시간) A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중부 튀링겐주(州)의 노르트하우젠에서 시장을 뽑는 선거의 결선투표가 이날 실시됐다. 노르트하우젠은 인구가 4만2000여명으로 크지는 않으나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라는 상징성이 있다. 따라서 AfD가 창당 이래 처음으로 독일 주요 도시의 시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개표 결과 현 시장이자 무소속인 카이 부흐만 후보가 54.9%를 득표해 AfD의 요르그 프로페트 후보(45.1%)를 비교적 여유있는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 그리고 1차투표에서 프로페트 후보가 1위를 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뜻밖의 결과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1차투표 관문을 뚫지 못한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선 부흐만 후보한테 표를 몰아준 결과로 풀이된다. 튀링겐주의 AfD 지도자인 프로페트 후보는 우익 극단주의자로 분류돼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를 받는 인물이다.
1차투표에선 프로페트 후보한테 진 부흐만 후보 지지자들은 결선투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중 부흐만 후보가 승기를 잡자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터뜨렸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이로써 창당 이래 처음 독일 주요 도시의 시장을 배출하려던 AfD의 계획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앞서 지난 6월 튀링겐주 존네베르크 시장에 AfD 소속 로베르트 제셀만 후보가 당선된 바 있으나 정치적 비중으로 따져 존네베르크는 노르트하우젠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AfD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dpa 통신은 “AfD와 같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전통적으로 독일 정치의 변두리에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는 AfD에 대한 지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과거 공산주의 국가 동독에 속했던 독일 동부지역에서 특히 그렇다”고 소개했다. AP 통신도 “비록 AfD 후보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번 선거는 최근 독일 전역에 걸친 AfD 지지율의 상승 그리고 AfD가 독일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의 증가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AfD는 2021년 9월 연방의회 총선거 때만 해도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생활고가 AfD의 인기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이민자들 탓에 독일 국민의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대러 제재를 풀어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 등 AfD의 주장이 서민들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 먹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AfD의 지지율은 20%를 넘겨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집권당 사회민주당(SPD)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