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최근 5년 새 16%포인트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증가율이다. 기업과 정부 부채까지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의 3대 주체가 모두 빚더미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초고속 상승한 韓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5년간 42.8%p 올라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92.0%)보다는 16.2%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민간부채(가계·기업) 데이터가 집계되는 OECD 회원국(26개국) 중 유일한 두 자릿수대 증가다.
한국에 이어 슬로바키아(9.1%포인트), 일본(7.7%포인트), 요르단(6.0%포인트), 룩셈부르크(3.9%포인트), 칠레(2.8%포인트), 스위스(2.5%포인트), 독일(2.3%포인트) 순이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폴란드 등은 가계부채 비중이 감소했다,
한국은 가계부채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절대 수준도 스위스(130.6%)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017년에는 26개국 중 7위였다.
가계부채의 급증은 최근 주담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예금은행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제외) 잔액은 647조8300억원으로, 2018년 6월(474조8660억원) 대비 172조9640억원(36.4%) 늘었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18년 6월 681조7060억원에서 올해 6월 894조5000억원으로 31.2%(212조7940억원)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13조382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905조4840억원에서 894조5000억원으로 10조9840억원 줄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주담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국 기준 은행 주담대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0.22%로, 1년 전(0.10%)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기업부채도 가계부채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147.0%에서 지난해 173.6%로 26.6%포인트 증가했다. 룩셈부르크(38.0%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 증가 폭이다.
IMF가 한국의 기업부채 데이터를 처음 집계한 2008년 152.6%를 시작으로 2018년(149.8%) 이후 2019년 154.9%, 2020년 164.8%, 2021년 166.8% 등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증하면서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비율 역시 초고속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민간부채의 비율은 2017년 238.9%에서 지난해 281.7%로 42.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전체 11위였지만, 매년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지난해에는 전체 2위로 올라섰다.
중앙정부 부채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는 GDP 대비 54.3%를 기록했다. 2017년 40.1%보다 14.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정부부채 증가 폭은 비교 가능한 87개 가운데 16번째를 기록했다.
다만, 절대 비율에서는 GDP의 절반 수준으로 일본(261.3%)·이탈리아(144.4%)·미국(121.4%)·프랑스(111.7%)·캐나다(106.6%)·영국(101.4%)·독일(66.5%) 등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국정감사 앞두고 금융사들 긴장…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내부통제 등 집중 논의될 듯
이달 10일부터 예정된 금융 분야 국정감사는 라임펀드 특혜 환매 논란과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금융권 내부통제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각 금융사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증인 또는 참고인 채택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0일 국무조정실 등을 대상으로 하는 2023년 국정감사계획서를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가결했다. 정무위는 11일과 1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하고 27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국감을 진행한다. 각 기관증인 명단은 정해졌으나 금융사 대표 등 일반증인 명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국감은 지난 8월 금감원이 발표한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이 중요한 이슈로 불거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라임펀드가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 직전 다른 펀드 자금 등을 돌려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 인사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 줬다고 발표했다. 이에 라임펀드 환매 당사자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반발하며 정쟁 이슈로 번졌다.
특혜성 환매 의혹을 받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김 의원 등 16명의 투자자에게 환매를 권유한 이유와 특혜성 여부를 두고 국감에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라임에 대한 불안감에 (16명의 투자자에) 환매를 권유했다는 입장을 냈는데 오히려 논란을 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이번 국감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라임펀드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발 무더기 주가 하한가 사태도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주가 하한가 사태 2거래일 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해 논란이 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꼽힌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주거지, 키움증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라덕연 일당과 김 전 회장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내부통제 문제와 가계부채 증가 등을 두고 관계자 출석을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올해도 CEO 대신 은행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9∼15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일제히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차총회 일정을 이유로 은행장이 대신 국감장에 출석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대형 횡령 사건 등의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만큼, IMF·WB 연차총회가 끝난 후 27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국감에 5대 금융지주 회장 등을 소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수 있는 대기업’ 내부지분율, 올해 처음으로 60% 넘어서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내부지분율이 올해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장금상선 등은 총수 일가가 국외계열사를 통해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 등 국내 핵심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5월1일 기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82개)의 내부지분율은 61.7%로, 지난해(76개 집단)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내부지분율이란 계열회사의 총 발행주식 중 동일인과 동일인 관련자(친족·계열회사·비영리법인·임원 등)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자사주 포함)을 말한다.
전체 기업집단 중 ‘총수 있는 집단(72개)’의 내부지분율은 61.2%로 전년(59.9%)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총수 있는 집단의 내부지분율이 6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다만, 총수 있는 집단에서 총수 일가(총수 및 친족) 지분율은 3.6%로 전년(3.7%)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총수 없는 집단(10개)의 내부지분율은 64.4%로 전년(62.6%)보다 1.8%포인트 증가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 및 그 회사의 지분이 50%를 초과하는 회사)는 총수 있는 72개 기업집단 소속 900곳으로 지난해보다 65개 늘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국외 계열사는 43개(13개 기업집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1개 국외 계열사(롯데·장금상선·코오롱·중앙·오케이금융그룹 등 5개 집단 소속)는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했다.
총수 일가의 국외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과 출자 구조는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2021년 12월30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공시가 의무화하면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국외 계열사 중 9개(5개 기업집단 소속)는 16개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했다. 이 가운데 7개 국내 계열사에 대해서는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롯데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21개 국외 계열사가 부산롯데호텔, 호텔롯데 등 13개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하고 있고 롯데호텔,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 국내 5개 계열사는 국외 계열사 지분의 합이 50%를 초과한다.
장금상선은 총수인 장태순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홍콩 회사가 국내 최상단회사인 장금상선㈜ 지분 82.97%를 보유하고 있다. 장 회장이 직접 보유한 장금상선㈜ 지분은 17.03%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국외 계열사나 공익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행위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지만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