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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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함·배려 ‘두 박자’ 맞아야 의견수렴 원활” [심층기획-환경영향평가 2.0]

전직 美 환경보호청 전문가 웨서만

사업 결정되면 의견 반영될 가능성 ↓
주민 참여기회 빨리 만들수록 좋아
어려운 내용 이해·표현 적극 도와야

“무엇보다 빨라야 하고 주민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미국 환경보호네트워크(EPN·Environmental Protection Network) 소속 전문가인 셰럴 웨서만은 환경영향평가 중 주민 의견수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 원활한 의견수렴을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가능한 한 이른 주민 참여 기회 만들기’와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를 꼽으면서였다.

셰럴 웨서만

웨서만은 미국 환경보호청(EPA·Eniv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 43년간 근무한 뒤 EPN에서 활동하고 있다. EPA 근무 중 수십년간 환경영향평가 관련 주민 참여 업무를 담당했고, 미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엘살바도르 등 외국의 주민 참여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주민 참여 기회를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이미 사업 진행이 결정된 뒤에 의견수렴을 하면 주민 의견을 반영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 웨서만이 언급한 ‘사업 진행 결정 전 의견수렴’이 부재한 탓에 기피시설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이 심화하는 게 현실이다.

웨서만은 환경당국·사업자가 의견수렴의 대상이 되는 지역 주민에 대해 충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대개 각자 생업에 종사 중인 데다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웨서만은 자국 사례를 들어 “여기선 소수 공동체를 배려하고 이해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만약 공청회가 설날 같은 아시아 명절에 열리면 대다수에겐 상관없어도 아시아인들에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사업자가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적인 퍼실리에이터(조력자)를 고용해 주민들이 문제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있다”며 “갈등으로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전문가를 이용해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웨서만은 미국에선 환경영향평가 내용 자체만큼이나 주민 참여가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그는 “과거 미국에선 (평가서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대안을 담지 않으면 연방 기관들이 소송을 당했다”며 “대중의 의견을 고려하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평가서 초안에만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초안 작성 전부터 최종단계까지 여러 차례 주민 의견을 묻는다. 또 우리나라는 평가서 공람이나 설명회·공청회 모두 사업자 주도로 진행하나, 미국은 소관 관청 주도로 하는 게 큰 차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알링턴=글·사진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