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 경제 불확실성에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지만 개인투자자는 순매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전날 기준 46조78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52조2467억원 대비 10.5% 낮아진 수준이다. 6조원 가까운 금액이 증시를 빠져나간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0일 46조5389억원으로 지난 3월22일(46조3326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다음 날도 46조원대를 유지했다.
지난달 테마주 투자 열기에 20조원을 상회했던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다시 4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날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8조7165억원으로 지난 6월7일(18조6851억원) 이후 가장 낮았다.
개인투자자가 국내증시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이후 내림세를 걸었던 코스닥 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개인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7월26일 장중 153만9000원을 찍었던 에코프로가 지난 10일 70만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이차전지주의 전반적인 약세가 개인의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은 8월 이후 코스닥에 발길을 끊은 상황”이라며 “코스닥이 상승한 일자에 개인들의 코스닥 순매수강도를 살펴보는 개인들의 코스닥 상승 기여도 수치는 8월10일 이후 단 하루도 플러스(+)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에서는 이날까지 3일 연속 개인이 순매도를 이어 갔다. 코스닥은 지난 5일부터 4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기록한 뒤 이날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각각 568억원, 921억원 순매도했다. 대신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국내증시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 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21% 오른 2479.8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2.25% 상승한 835.49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0.2원 내린 1338.5원으로 마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시장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당국자들의 비둘기적인 발언(통화 완화)과 미 국채 안정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날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03% 상승한 6만8900원을 기록하며 ‘7만전자’를 목전에 뒀다.
증권가는 향후 예정된 국내기업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을 우려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전망치)는 지난 1주간 0.63% 하향됐는데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높았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한 주간 목표주가 조정이 있었던 145개 종목 중 67개(46.2%)는 목표가가 상향됐고 78개(53.8%)는 하향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