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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동조 단식’ 정진욱 “친명, 비명 아닌 국민이 항상 나의 기준” [여의도행]

이재명 대표 정무특보 정진욱
광주 동·남구갑 지역구 출사표
이재명과 동조단식 기간 중
5·18 민주광장서 13차례 토론회
“고시 출신과 달리 다양한 경험
통해 경쟁력 갖춘 준비된 일꾼”
22대 총선(2024년 4월10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 입성을 향한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만큼 그들을 향한 국민의 검증 또한 철저해야 ‘준비된 일꾼’을 가려 뽑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총선에 앞서 현역 의원들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낸 원외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이 지난 23일 본인의 광주 사무실에서 동·남구갑 지역구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진욱 특보측 제공

“친명(친이재명)이냐 비명(비이재명)이냐,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냐 찬성하냐는 이분법적 접근 방식으로 정치를 하면 소모적 갈등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세상의 변화는 올 수 없거든요. 저는 항상 기준이 국민입니다. 원래 이게 정답 아닐까요. 누가 더 민생을 잘 챙길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가면 되는 거예요.”

 

22대 총선을 앞두고 광주 동·남구갑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은 지역민들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하면 보다 개선할 수 있는지에서 시작해 당 안팎의 현안 관련 견해를 밝히는 데 거침이 없었다. 지난달 이 대표의 단식투쟁에 동조하는 단식을 5·18 민주광장에서 16일간 하느라 몸무게가 8㎏이나 빠져 핼쑥했지만, 2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흔들림 없이 즉문즉답을 쏟아냈다. 인터뷰는 이재명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지난 23일 광주에 있는 정 특보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현역 정치인 안 보인단 지적 많더라”

 

정 특보는 지난달 4일 이 대표에 동조하는 단식투쟁을 시작해 16일차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총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투쟁선언식’으로 고쳐 진행할 만큼 굳은 결기로 단식을 시작했지만, 곡기를 끊은 채 보름 이상 지내니 몸이 버티지 못해 쓰러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투쟁을 지지하며 동조단식을 벌였던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이 단식 16일차인 지난달 19일 쓰러져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정진욱 특보측 제공

단식 기간 중엔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가 하면 당내외 현안을 주제로 광주시민들과 13차례에 걸친 광장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 기간 만난 시민이 1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 특보는 “우리 지역의 현안들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며 “주민들이 뜻밖의 의견을 많이 전했다”고 떠올렸다.

 

“주민들이 기존 정치인에 실망한 거 있죠. ‘왜 우리 정치인들은 안 보이냐’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역할이 없다’는 겁니다. 지역의 현안들을 놓고 주민들과 왜 안 만나냐는 거예요. 또 ‘당선되는 순간 코빼기도 안 보인다. 초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의지할 데가 없다. 경제가 너무 힘들다. 그러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좀 보살펴줬으면 좋겠다’는 호소였습니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민생입니다.”

 

◆“일자리 하나라도 만들어봤습니까”

 

경제지 기자 출신인 정 특보는 사업에 뛰어들어 한때 서울지역 내 도서 당일 배송 인터넷 서점을 고안해 낸, 요즘 말로 치면 스타트업계의 샛별이었다. 사업상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그에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한 번은 제가 교육사업을 하려고 교육청에 신고를 하러 가니까 서류를 24가지 준비하라고 해요. 그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었어요. 내가 회사를 만드는 순간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이익을 내서 세금을 내고 사회에 기여하는데, 공무원들은 상전처럼 앉아서 요구하는 거잖아요. 서류를 준비하면 이유 없이 트집 잡아서 돌려보내기도 하더라고요.”

 

지난해 3·9 대선을 앞둔 마지막 날 밤 선거유세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오른쪽)와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이 서울 여의도 한 컨벤션 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진욱 특보측 제공

안 되겠다 싶던 정 특보는 교육장을 찾아가 “교육사업을 하기 위해 서류가 몇장 필요한지 보라”며 “당신은 한 명이라도 일자리를 만들어본 적 있나. 그 일을 내가 하려고 하는데 이유 없이 일하려는 사람을 방해해도 되는 건가”라고 항의했다. 정 특보는 그 날을 떠올리며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목적을 거듭 강조했다.

 

“일하려는 의욕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 살만해지고 가치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제1 목적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힘없는 사람,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정 특보는 경제전문 채널에서 책과 저자를 소개하고 인터뷰하는 프로그램도 6년 7개월간 진행했다. 그가 만난 저자만 약 500명, 이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읽은 책은 1000여권에 달했다. 정 특보의 정책 분야 전문성은 그때 숙성기를 거쳤다.

 

“읽은 책이 1000권도 더 되니 그 속에 얼마나 다양한 주제가 있었겠어요. 대학을 한 곳 더 나온 듯했습니다. 저는 그때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봤고, 부동산 문제부터 시작해 건강문제까지 온갖 책을 섭렵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정치를 통해 변화시켜야겠단 생각이 부쩍 들었어요.”

 

◆“소명은 일자리 만들기와 인재육성”

 

정 특보는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이끌 다음 세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여건 조성이 정치인으로서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소명”이라고 했다.

 

“지역의 인재들이 남아서 일할 곳이 없어요.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지역은 다 사라질 겁니다. 그러면 서울만 남게 됩니다. 결국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집값이 비싸지고 그 결과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게 됩니다. 살 곳이 마련돼야 결혼을 하죠. 저는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제 정치의 소명 중 하나입니다.”

 

정 특보는 인재육성과 관련, 윤석열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기조가 맞물리며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예산이 줄어든다는 건 연구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는 거예요. 그걸 지켜보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뭐라고 하겠어요. 의대 가라고 하는 겁니다. 그럼 의대는 이공계 인재들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는 거예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 인재들이 전부 의대로 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가를 경영하면서 미래도 내다봐야 합니다.”

 

◆“文정부 국토·기재부 몽니로 정권 내줬다”

 

정 특보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문재인정부에 대한 질타도 매섭게 했다.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관해 얘기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외 현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진욱 특보측 제공

정 특보는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지냈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와 차별화한 공급 중심의 부동산 공약을 대외에 널리 알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과 극단적 저금리가 맞물려 심각성이 갈수록 커졌지만 사실상 문재인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정 특보의 생각이다.

 

“극단적 수요 억제를 하느라 공급 중심 정책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이미 부동산 정책을 실패한 정책 사령탑을 또 쓰기도 했습니다. 시장이 신뢰를 안 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정책적 수단이 별로 없어집니다. 해결책은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높이는 거였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커지고 저금리면 그 돈은 결국 부동산으로 가요. 따라서 금리 정책만 잘 펼치면 됐던 겁니다.”

 

정 특보는 “부동산 정책을 맡은 곳은 국토교통부인데 대선을 앞두고 1년 동안 어떤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며 “당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정책적으로 우리(이재명 캠프)에게 협조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단지 대선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었기에 제가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국토부와 기재부의) ‘몽니’라고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가 정권을 내줬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은 자기중심 사고서 벗어나야”

 

정 특보는 자신의 경쟁력을 ‘열린 사고’와 ‘다양한 경험’에서 찾았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관료로 일생을 산다. 편안하게 산 사람들하고 전 다르다”라며 “만든 회사도 10여개 되고 성공과 실패 속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힘없는 사람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으로 제가 돼 보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명패’ 없이 누군가와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고 일을 풀어나가는 일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때로는 치사하고 때로는 모욕도 많이 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전 그런 것을 다 경험해봤으니까요. 저는 그 경험이 현실을 이해하고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정 특보는 “일반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훌륭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은 100번 맞는 말”이라며 “긴 미래를 보고 뭔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리더의 능력은 그 사회의 미래 또는 그다음 세대의 삶을 바꿔놓는다”고 했다.

 

“정치인은 무한책임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신의 영달이 아닌, 어떤 책임 속에 살고 있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다음 세대에 정치인으로 선택돼야 합니다. 그런 준비를 누가 하고 있는지 유권자분들이 유심히 봐주세요. 유권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광주=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