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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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호대 입학정원 확대 추진… 연말까지 규모 결정

2008년~2023년까지 2배 늘렸지만
2035년까지 5만6000명 더 필요
2025학년도 1000명 증원 전망

처우 좋은 서울 ‘빅5’ 쏠림 심화
의료현장보다 복지시설 등 활동

“OECD 평균 밑돌아… 개선 시급”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간호대 정원 확대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간호대 정원을 2배 늘렸지만 여전히 간호사 수가 부족한 데다 초고령사회가 도래한 시점에서 미래에 다양한 간호서비스 수요가 요구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2025학년도 간호대 증원 규모는 1000명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간호인력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결정하기 위한 1차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각계 전문가와 환자·시민단체 추천 위원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다음 달 초까지 격주로 회의를 열어 2025학년도 간호대 입학정원을 결정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후 대학별 정원 배정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보정심에 보고하고, 교육부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간호대 입학정원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08년 1만1686명이었던 정원은 올해 2만3183명으로 16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 수도 인구 1000명당 2.16명에서 5.02명으로 2.3배 증가했다. 특히 2019학년도부터는 전국 간호대 입학정원을 매년 전년 대비 700명씩 증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020년 기준) 8.0명보다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호소하는 병원이 적잖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의사는 지방에서 급여가 서울 지역보다 훨씬 높지만, 간호사는 반대로 지방 병원의 급여가 더 낮은 편”이라며 “이러다 보니 전국 대부분의 간호대학이 지방에 있음에도 간호사들은 급여나 처우가 좋은 서울 빅5 병원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의료현장에서의 활동률이 낮은 것도 이번 정원 확대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간호사 면허 소지자 수는 48만1000명이지만, 이 중 절반가량인 25만4000명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밖에 국가나 지자체의 간호직 공무원, 119 소방대나 장기요양시설에서 종사하는 인원을 포함한 간호사 전체 활동률도 73%(2020년 기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는 복지시설 등에서 간호사 수요가 많고 학계, 교육계 등 간호사들의 활동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고 있는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정부는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간호사 업무강도를 지금의 80% 수준으로 완화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5년까지 5만6000명의 간호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간호사 수 확대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미래 다양한 의료 수요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장 교수는 “예전에야 장기요양보험도 없었고 또 고령화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이제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고 요양이 필요한 사람도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현재보다 30% 정도는 간호사가 더 필요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이 전면 확대된다면 2배까지도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등을 골자로 지난 4월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이행해 나가는 한편 PA(진료보조) 간호사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과정에서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간호계에서는 간호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논의를 거쳐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보건 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의대 정원 단계적 확대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정부는 의료계와의 공식 소통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의료계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과의 간담회, 지역의료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사들의 지역·필수의료로의 유입을 위해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보상 강화, 근무여건 개선 등의 정책패키지도 마련할 방침을 재차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정심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보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며 “보건의료 수요자·공급자·전문가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