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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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나란히 대선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푸틴은 출마, 젤렌스키는?

젤렌스키, 온라인 연설서 “대선 치를 때 아니다”
서방 대선 진행 압박엔 ‘선거비용 지원’ 등 요구
푸틴은 출마 결심…종신 집권 가능성도 ‘솔솔’

20개월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임기가 내년 초 나란히 만료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선을 미루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6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우리 모두는 많은 도전이 있는 전시 상황인 지금 경솔하게 선거 문제를 여론화하는 것이 아주 무책임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나는 지금은 선거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뉴시스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파도가 중단돼야 한다”면서 “모두 국방 문제에 집중해야 하고, 국가기관들이 다른 어떤 일에 에너지나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3월 31일 선거에서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돼 같은 해 5월 20일 취임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대통령 선거일은 임기 5년 차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헌법대로라면 내년 3월 31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을 발령한 상태로, 이에 따라 각급 선거가 유예돼 있다. 선거를 치르려면 총선의 경우 최소한 일시적으로 계엄령을 풀어야 하고, 대선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등 서방은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예정대로 대선을 치르라고 압박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했으나, 이후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서방의 압박이 높아지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어린이들과 사진 찍는 푸틴. EPA연합뉴스

다만 그는 서방이 전비와 별도로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의 선거비용을 지원하고, 전선에 있는 군인들과 해외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선 실시 여부를 두고 최근들어 우크라이나에서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대선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출마가 확실시 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24일 러시아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결정이 내려졌다. 그는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외교 소식통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결정을 내렸고,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현재 푸틴 대통령이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국가와 국영 언론의 지원을 받고 있고, 대중 사이에서도 반대 기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승리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어떤 성명도발표하지 않았으며, 선거 캠페인 공식 시작에 대한 발표도 없었다”며 언급을 피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아직 2024년 대선 출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출마하기로 한다면 그와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 지난달 7일 71세 생일을 맞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해외 정보 관리 등은 그가 종신 집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돌연 사퇴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게서 대통령직을 넘겨받은 이후부터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대통령직을 넘긴 4년(2008∼2012년)을 제외하고는 권좌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그는 약 30년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