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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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감기 유행 와중에 중국 휩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도 국내 증가 [부모 백과사전]

또 다시 소아 진료 ‘경고등’ 켜지나…학부모 불안감 커져

한동안 잠잠했던 감기·독감 바이러스 감염이 소아를 중심으로 또다시 고개를 드는 와중에 최근 중국을 휩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국내에서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44주차(10월 29일~11월 4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9명으로 1주 전(32.6명)보다 6.4명 늘었다. 올해 유행 기준(6.5명)의 6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9.3명)과 비교하면 4배가량 높은 수치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입원환자도 41주 90명에서 44주차 168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55명)보다 3배 높은 수치다.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아이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청 집계인 168명은 200병상 이상 218개 병원에서 신고한 환자 수를 집계한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당국 집계보다 감염 환자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 남부 지역 한 아동병원에서만 최근 15명 이상의 환자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했지만, 이는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와중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유행까지 겹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가 중증 진행 시 감기·독감보다 위험이 높은 탓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코로나19나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와 중복 감염이 될 경우 급속히 위중증으로 진행된다”며 “최근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집단생활로 독감 환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증가한 부분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9세 아동이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19,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중복 감염되면서 사망한 사례도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폐렴균(Mycoplasma pneumoniae)에 의해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3∼4년 주기로 유행한다. 발열·두통·인후동·기침 등 감기 증상과 유사한데 5∼9세를 포함한 학령기 아동 및 청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기침·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을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잠복기는 평균 1∼2주, 증상은 3~4주간 지속한다.  

 

마이코플라즈마는 다른 세균과 달리 세포벽이 없어 페니실린계,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듣지 않는다. 아지스로마이신, 클라리스로마이신, 레보플록사신 등 매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문제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점이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 중인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한 병원에 하루 3000여명의 환자가 몰려들 정도로 병원이 포화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픈런’ ‘의약품 품귀’ 등 국내 소아청소년과 진료 공백 문제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용재 회장은 "최근 독감 환자의 급증에 따른 진료 불안과 소아필수약 수급불안정으로 치료에 지장이 많은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유행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중국 등지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하면서 국내 의약품 수급에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 치료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