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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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임사태 손태승 고액 고문 계약은 법률 위반”… 시민단체, 우리금융지주 고발

라임사태 등으로 경영 책임 논란이 일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우리은행과 4억원에 달하는 고문 계약을 맺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우리금융지주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고발했다. 손 전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측이 고액의 은행 고문 계약을 맺어, 중징계자의 3년간 금융회사 임원 활동을 제한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16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우리금융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에 따르면 연대 측은 “피고발인(우리금융)은 2019년 7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위법사항에 대해 우리금융에 업무 일부정지 3개월, 당시 대표였던 손태승 전 회장 등에게는 문책경고 조치를 내릴 것을 의결해 처분 통지했다”며 “손태승 전 회장은 2023년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2년간의 고문계약을 맺었고 그 연봉액이 4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또 “이원덕 전 우리은행 역시 2023년 7월 퇴임했지만. 그 역시 연봉액이 2억8000만원에 달하는 고문계약을 맺었다”며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임원 공시의무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7호에 따르면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임직원 제재를 받은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 손 전 회장과 같이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 경고일로부터 3년간(2025년11월8일까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연대 측의 설명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 3월 우리금융 회장에서 물러난 손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 억원의 연봉을 받는 고문으로 여전히 우리은행에 재직 중이란 사실을 지적 한 바 있다. 지난 3월 우리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난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측과 2년의 고문 계약을 맺은 상태다. 7월에 퇴임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 역시 2년 고문 계약을 맺었는데 두 사람의 연봉은 각각 4억원, 2억8000만원이며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의 업무추진비, 사무실, 차량, 기사 등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대 측은 고발장을 통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금융회사는 임원을 선임하려는 경우 제5조 및 제6조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금융회사는 임원을 선임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선임사실 및 자격요건 적합 여부를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문책경고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손 전 회장을 임원에 해당하는 고문직에 임명해 임원 자격요건 검토의무 및 공시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또 연대는 고액 급여의 고문직도 사실상 임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손 전 회장의 경우 명목상 고문직이기는 하지만 연 4억원에 달하는 고액 급여를 받는 등 일반적인 상근직 임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고, 직전 우리금융지주의 대표로서 회사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점, 이전 상하관계였던 다른 임원들에게 사실상 업무상의 지시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규정된 사실상 임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대 측의 설명이다.

 

연대는 “손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은 연임을 시도하다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이후 연임을 포기하고 고문직을 통해 사실상 임기연장과 비슷한 급여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금융당국 중징계 인사에 대한 고액 급여의 고문직 전관예우가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한경주 경제민주화시민연대 대표는 “손 전 회장을 고문직에 앉히고 연 4억원이라는 고액 연봉을 지급해 사실상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의 취업제한 규정을 위법하게 잠탈하고 있다”며 “우리금융이 처벌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의 징계에 따른 취업제한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제정의 및 경제민주화도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각한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민생경제는 큰 어려움에 빠져 있는데 은행권은 오히려 그 고금리를 이용해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그 피 묻은 돈으로 임직원 성과급 잔치를 하는 등 모럴헤저드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