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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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당무에 尹 언급 말라”… 대통령실 “인요한에 메시지 없었다”

與 ‘혁신위發 내부 갈등’ 새 국면

김기현, 인요한 ‘尹心 발언’ 연일 비판
“내 처신 내가 결단”… 희생 권고 일축
용산서도 사실상 지도부 옹호 모양새
혁신위 “합심해서 가길” 한 발 물러서

최고위, 3호 혁신안도 의결 없이 ‘청취’
4호案 ‘용산 출신 전략공천 배제’ 검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전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하며 용퇴를 거듭 압박한 것에 대해 연일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도 인 위원장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없다며 사실상 지도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도부와 혁신위의 갈등이 잦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지도부, ‘혁신위에 끌려가지 않겠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 측에서 소신껏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는 발언에 대해 “당 내부 문제는 당 공식기구가 있다”며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들이 잘 협의해서 총선 준비를 하고, 잘 작동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띄운 혁신위가 지도부의 용퇴를 거론하며 쇄신의 속도를 올리자 이를 제어하며 인재영입위원회와 총선기획단을 통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조기해체 카드를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해 “혁신위 내부서 논의하는 거지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내년 총선에 ‘울산에 다시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대표 처신은 당대표가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의 희생 권고에 선을 그으면서도 용퇴 결단은 지도부 주도로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의 ‘윤심’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안에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다’는 시각에 대해 “그런 건 없었다. 당에서 알아서 하시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무 개입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친윤계에선 인 위원장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용퇴 자체는 받아들이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윤 핵심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만나 인 위원장 발언에 대해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분도 아니고, 당에다가 맡기고 하지 절대 그렇게 안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의 용퇴론에 대해선 “당내 역학관계가 있고, 국회가 회기 중이라 민감한 법안 처리도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속도도 조절해야 하고, 당을 자극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 지켜보고 있으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재영입위 위원을 맡은 조정훈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는 그림을 마련해 주고, 그런 과정에서 ‘밭갈이’를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강약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사를 찾아 당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 4호 혁신안 이후 거취 주목

조기 해체를 언급하며 각을 세웠던 혁신위는 이날 한 발 물러섰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서면 입장을 내고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으며,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혁신위도, 당 지도부도 한마음으로 합심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고위는 내년 총선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할당하는 내용 등이 담긴 3호 혁신안을 보고 받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는 혁신위의 치열한 논의와 발전적인 방안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절차상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의결은 하지 않았다.

혁신위는 17일 회의를 열고 4호 안건으로 대통령실 출신 인사의 내년 총선 전략공천을 배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혁신위가 권고안으로 낸 중진의 험지 출마 요구가 대통령실 인사들의 공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의구심을 해소하는 의도로도 읽힌다.

혁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4호 혁신안에 대해 “공천 기준과 관련해 도덕성과 엄격한 공정성,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분들에 대한 공평·공정 경쟁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문제” 등이 논의 될 전망이라고 했다. 혁신위는 중진 희생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병욱·김병관·곽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