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역대급 N수생’ 변수 감안… 수학 최상위권 변별력 강화 [2024 대입 수능]

영역별 출제경향·난도 분석

국어 EBS 연계율 높였다지만
선택항목 까다로워 불수능 평가
수학, 9월 모평보다 난도 상승
2023년도 이과생 ‘문과 침공’ 우려
“킬러문항 없다? 정의 모호” 지적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기조·난이도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9월 모의평가는 전반적으로 킬러문항이 없으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평가원은 출제 과정에서 올해 수능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N수생’ 비중을 고려하고, 킬러문항을 점검하는 절차를 통해 킬러문항 배제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EBS 강사와 입시업체들도 “EBS 연계율이 높지만 선지를 까다롭게 구성해 쉽게 풀 수 있는 시험은 아니었다“며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킬러문항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생했어, 우리 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마중을 나온 어머니와 웃는 얼굴로 포옹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어 “전년 수능보다 어려워”

 

16일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수능 국어는 평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수능은 물론 비교적 변별력 있는 시험으로 평가됐던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도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은 134점, 올해 9월 모의평가는 142점이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점이 낮아지면 만점자가 받는 최고점은 올라간다. 통상 145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 135점 이하면 쉬운 시험으로 본다.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불수능’이라 할 수 있는 145점 근방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윤혜정 교사(서울 덕수고)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국어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선지(선택할 수 있는 항목)가 정교하고 세심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문의 논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지를 꼼꼼히 읽어야 정답을 고를 수 있는 문항이 곳곳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킬러문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험생들을 괴롭혔던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와 같은 낯선 개념, 전문적인 지식을 다룬 지문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윤 교사는 “까다롭다고 꼽히는 문제도 전문지식 등이 필요하지 않아 공교육을 충실히 이수하고 EBS 수능교재를 학습한 수험생은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서는 지문 4개 모두, 문학은 6개 작품 중 3개 작품이 EBS 교재에서 연계돼 예년보다 EBS 체감 연계도도 높았을 것으로 평가됐다.

 

입시업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은 “EBS 연계율은 높지만 어려운 문제가 다수 있어 수험생 입장에선 정답을 찾는 데 어려웠을 것”이라며 “9월 모의평가보다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학 전년 수능과 비슷

 

수학은 대체적으로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 145점, 올해 9월 모의평가 144점이었다. 최고점이 비슷하게 나온다면 비교적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특히 최상위권에게는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까다로운 시험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9월 모의평가는 초고난도 문항이 줄고 중고난도 문항이 늘면서 만점자(2520명)가 전년 수능(934명)의 2배 넘게 급증한 바 있다. 이번 수능에서는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문제가 9월 모의평가보다 늘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출제진이 높은 N수생 유입까지 고려해 최상위권을 겨냥한 문제를 늘렸다는 것이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교사(인천 하늘고)는 “(최상위권이 느끼는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사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통상 1등급 비율(90점 이상) 10% 내외를 적정 난이도로 본다. 올해 9월 모의평가의 경우 1등급 비율은 4.37%에 그쳐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업계에서는 지난해 수능(1등급 7.83%)과 올해 9월 모의평가의 중간 난이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능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치르는 구조여서 매년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이 지적된다. 평가원은 이날 유불리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으나 이번 시험에서도 선택과목 간 점수 차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학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는 이과생의 강세 현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은 “수학에서 확률과통계는 쉽게 출제됐고, 미적분·기하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며 “이과 학생이 문과생보다 표준점수를 높게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어에서도 화법과작문보다 언어와매체가 어렵게 출제돼 표준점수에 차이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평가원과 EBS 강사, 입시업계 모두 일제히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킬러문항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BS 강사들은 고난도 문항이 킬러문항이 아닌 이유로 ‘문제 풀이 반복, 암기만으로는 풀 수 없는 사고력 측정 문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런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입시업체들은 최근 정부가 대대적인 감사·수사를 벌이고 있어 교육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문제란 개념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며 “킬러문항이 있다고 해도 입시업체들이 선뜻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종=김유나·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