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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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日 여행·투자 기회”… ‘역대급 엔저’에 환전 수요 폭발 [뉴스+]

100엔 860원대 무너져…15년 만에 850원대
달러/엔 환율 33년 만에 최고치 근접
투자·여행 수요에 엔화예금 ‘사상 최대’

다음달 일본 도쿄로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인 회사원 조모(40)씨는 16일 은행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른 환전을 했다. 이날 원/엔 환율이 십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씨는 “12월엔 연말 수요로 엔화가 조금 오를 것 같다. 지금같은 엔저는 다시 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면서 “여행을 위해 일단 20만엔 환전했는데 더 떨어지면 투자 목적으로 추가 환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56.80원으로 전날보다 6.69원 더 내렸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엔저에도 86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지만 예상을 깨고 850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엔 환율이 85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1월 10일(854.31원) 이후 15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51.93 달러로 1990년대 기록인 152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엔화 가치가 33년 만의 최저 기록에 근접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와 일본 여행 수요가 겹쳐 국내 엔화 환전 금액이 폭증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엔화 예금은 2억3000만 달러 늘어난 86억1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말한다.

 

엔화 예금은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가 8월 들어 소폭 떨어졌지만, 9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일본 엔화 매매기준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한은 관계자는 “엔화예금의 경우 기업들은 해외 자회사 배당금 수령 등으로 소폭 늘었고, 개인의 경우 엔저 지속에 따른 투자 목적 수요가 일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엔화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와 일본 증시 투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들어 엔화 ETF인 ‘TIGER 일본엔선물’을 2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는 도요타자동차 주식 81만6184달러(약 10억 7042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일본으로 돈이 모이면서 일본 증시는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니케이 지수는 13일부터 3일 연속 올랐고 특히 15일엔 올해 들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날은 단기과열을 의식한 이익확정 매물이 나오면서 4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95.29 포인트, 0.28% 내려간 3만3424.41로 폐장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