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가졌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 양국이 대립하고 있는 주요 의제가 논의됐다.
16일(현지시간)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협의와 대화를 통해 수산물 수입 규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전문가들이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핵 오염수’라고 부르며 “(일본은) 국내·외 합리적 우려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책임을 지고 건설적인 태도로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 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중국이 설치한 부표를 즉시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적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관련이 있다”라고 강조하며 “일본은 중·일 관계의 기초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2008년 중·일이 성명을 내고 확인한 ‘전략적 호혜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호혜관계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후진타오 전 주석과 합의한 것으로, 양국이 세계에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평화와 우호를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잘 사용하지 않던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표현까지 꺼낸 것은 중·일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도 모두발언에서 “(양국은)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공동의 이익에 주목해 의견 차이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며 “신시대의 중·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8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고, 중국은 같은 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며 이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지난 9월에는 센카쿠열도 EEZ에 중국 정부가 해양조사 부표를 설치하면서 양국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