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막히면 길을 만들고 물이 막으면 다리를 놓고 가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가 추진해온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강행 의사를 22일 밝혔다.
김 지사는 ‘특단의 조치’를 거론하며 “경기도는 꾸준히 해야 할 일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선 8기 공약인 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이 급작스러운 정부·여당의 ‘김포 서울시 편입’ 움직임에 묻히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 ‘특단의 조치’…“주민투표 거부하면 지방자치법 따라 여러 방안 강구”
그는 이날 오전 경기북부청에서 주재한 도정열린회의에서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정부로 공이 넘어가 있다”며 “12월 중순까지 중앙정부에서 주민투표 가부(可否)에 대해 답을 명확히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 내 특별법 처리를 위해선 12월 중순이 데드라인”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비용 얘기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옹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투자로써 아주 적은 투자”라며 “들어간 비용에 몇십 배, 몇백 배를 벌어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해선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정치적 고려로 의사 결정을 한다면 360만 북부 주민과 1400만 도민,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플랜B’도 구체화했다. 그는 “국회와 얘기를 한다든지 해서 국민께 직접 묻는 등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는 얘기를 지사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의회 의견수렴과 국회특별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며 “지방의회의 의견수렴을 할 수 있음에도 주민투표를 요청한 건 보다 많은 주민의 의견을 들어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정부가) 주민투표를 거부하면 지방자치법 등을 통해 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면서 국회와 의논하는 그런 방법도 고려하겠다”고 단언했다.
이는 중립적 기관이 여론조사를 벌여 도민의 대의를 확인한 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특별법을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처리한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다양한 절차와 관련해선 국회 입법조사처 등의 유권해석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내부에선 주민투표 대신 도의회 찬반 의결에 들어가더라도 과반 찬성을 끌어낼 것이란 긍정론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지만 북부지역 도의원 상당수가 북부특별자치도 출범에 찬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9월 도의회에서 플랜B를 언급한 바 있다. 마지노선인 내년 2월9일까지 주민투표가 성사되지 않으면 모종의 조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달 한덕수 국무총리와 고기동 행안부 차관을 만나 북부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8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한 세미나에서 “주민투표를 하려면 500억원 이상의 큰돈이 든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전체주의·권위주의 국가인가”…‘메가시티’ 정부여당 겨냥해 비판
이날 회의에는 북부청에서 열린 도지사 주재 간부회의로선 이례적으로 도청 실·국장과 산하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현재 김 지사는 대국민 여론전에 뛰어든 모양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경기도는 북부 5개 시·군 기회발전특구 지정, 규제 완화, 기업 투자 유치 등 할 일을 다 하면서 주민투표에 대한 답을 기다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예 ‘김포 서울시 편입’을 지목하면서 “서울 확장 문제를 들고나오는데, 북부특별자치도와 비교하면 아무런 비전 제시나 발전의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하고 여론 수렴이나 지방의회 논의도 없었다”며 “(정부가) 북부특별자치도 주민투표를 정치적으로 풀겠다고 하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최근 정치권의 행태에 아주 개탄해 마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국토균형발전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든 대통령과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일”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마지막으로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전체주의국가인가, 아니면 권위주의 국가인가. 국민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