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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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후피임약 약국서 시범 판매…6만∼8만원, 약사 보는 앞에서 복용해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본이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시범 판매한다.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부터 일본 전국 145개 드럭스토어(일반의약품을 다양하게 구비해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사후피임약 시범 판매가 시작됐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80% 이상의 확률로 막을 수 있는 의약품이다. 일본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해 의사에게 진료받은 뒤 처방전을 받아야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사후피임약이 적절하게 유통되는지 알아보고자 이번 시범 판매에 나섰다고 한다.

 

시범 판매에서 사후피임약 가격은 7000∼9000엔(약 6만∼7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판매 대상은 만 16세 이상 여성으로 만 18세 미만은 부모 동의가 필요하며 구매 시에도 부모와 동행해야 한다.

 

구매 전 반드시 약국에 전화해야 하고 신분증을 제시도 필수다. 구매 뒤에는 약사가 보는 앞에서 복용해야 한다. 이미 임신한 여성이거나 대리인, 남성 등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

 

드럭스토어 관계자와 약사는 사후피임약을 저녁과 주말, 공휴일에도 판매해야 하고, 조제 교육도 받아야 한다. 

 

약국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인근 산부인과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와의 협력도 약속해야 한다.

 

시범 판매 기간은 내년 3월까지로 이후 모든 드럭스토어에서 사후피임약을 판매할지 일본 정부가 검토에 나선다.

 

일본은 앞서 지난 2017년에도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당시에는 무분별하게 사후피임약이 판매되면 안전한 피임 가능성을 낮춘다는 이유로 승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저녁이나 공휴일에는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을 수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민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데 97%가 찬성했다. 더불어 전 세계 90개 국가에서도 사후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판매하고 있어 일본도 이번 시범 판매에 나서게 된 것이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