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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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 42% 이준석 신당 ‘NO 관심’… 창당 ‘적신호’

“저는 대구를 미래로 이끌어낼 자신이 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구에서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까지 반윤 행보를 보이며 신당창당 등을 논의해온 그는 보수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에서 깃발을 꽂아 판을 휘든들겠다는 셈법이다. 여당으로서는 수도권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상황에서 믿었던 후방, TK(대구경북)가 흔들릴 경우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여소야대의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와 그의 신당을 바라보는 대구시민들의 눈은 어떨까. 이 전 대표의 기대와 달리 대구시민의 42%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없다. 특히 그의 신당을 뽑겠다는 시민은 더불어민주당(19%)보다 못한 12%에 불과했다. 보수의 철옹성을 겨냥한 이준석의 실험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

◆대구시민 10명 중 4명은 ‘신당 관심없다’

 

4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1~3일 대구시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묻자 ‘관심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42%, ‘국민의힘으로 복귀하기 바란다’는 23%로 나타났다. 이어 ‘신당을 창당하기 바란다’는 의견은 21%, ‘무소속 출마’는 8%였다. 10명 중 4명이 이 전 대표의 행보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과 신당창당 논의가 대구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준석 신당과 민주당 계열 야권 신당이 출범할 경우, 내년 총선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국민의힘이 53%를 차지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19%, 이준석 신당 12%, 민주당 계열 야권 신당은 2%에 불과했다. 즉 이 전 대표의 신당보다 민주당을 찍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대구에서 가장 호감가는 범보수 인사 1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38%)이 차지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13%),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각각 9%,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7%, 오세훈 서울시장 6%,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4% 순으로 나타났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가정해 국민의힘 승리에 얼마나 기여할 지 묻는 질문에는 50%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18%는 대체로 도움이 될 거라고 응답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전체의 67%에 달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이경락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연구원은 “최근에 신당 움직임이 있지만 실제 대구 민심은 여전히 이 전 대표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을 갖고 계신 분이 많고, 정서적으로 이 전 대표로 인해서 보수가 분열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보수층이 집결해있는 대구에선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답을 보면 신당이 창당될 경우에도 오히려 민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신당을 지지할 것이란 비율이 국민의힘에서 신당으로 돌아설 확률보다 더 크다”며 “적어도 대구 보수의 민심은 이 전 대표에 대해 피로감과 실망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1~3일 대구광역시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유무선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수는 1009명, 응답률 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준석, 보수의 심장에서 깃발 꽂을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대구를 미래로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 “신당을 창당하고 대구에 출마한다면 절대 혼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에 대해선 “작금의 상황은 보수정당의 심각한 위기이고 경험해보지 못한 민심 이반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통상적 제안이나 의견엔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대구를 선택한 이유는 대구의 상징성 때문이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신당 후보로서 국민의힘과 겨룬다면 ‘험지’ 타이틀도 충족할 수 있다. 대구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낼지도 관심사다. 당초 대구 동구을 출마설이 제기됐으나, 이 전 대표가 일찌감치 직접 부인했다. 한때 같은 ‘유승민계’로 불린 데다, 바른미래당 시절 한솥밥을 먹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지역구에 자신이 출마할 리 있겠느냐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본적지(중구 달성동)라는 점을 들어 중·남구 출마도 거론된다. 대구 중·남구는 곽상도 전 의원이 재선의원을 지낸 곳이다. 곽 전 의원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수십억 원대 로비를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원 클럽’ 논란으로 2021년 의원직을 사퇴하자, 이듬해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병헌 의원이 당선했다.

 

이외에도 김부겸 전 국무총리, 홍준표 대구시장, 주호영 의원 등 거물 정치인을 여럿 배출한 ‘대구 정치 1번지’ 수성갑·을도 이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이다.

 

대구시민들의 분위기는 냉소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는 대구와 전혀 연고가 없고 유승민 전 의원은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여러 환경적 요인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대구 민심을 얻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기도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