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변호인을 제외한 구치소 접견이 금지된 것으로 19일 알려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날 오후 송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송영길TV’에 자신을 송 전 대표의 아내 남영신씨라고 밝힌 이가 쓴 글이 올라오면서 전해졌다.
남씨는 글에서 “오후 4시20분경 구치소에서 전화가 와서는 검찰이 기소 시까지 변호사 외의 가족·지인 등 모든 접견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오는 21일로 면회가 정해지고 가족 간은 화상통화도 가능하다고 해 신청 방법 등을 숙지한 상황에서 갑자기 바뀐 이야기를 다시 전달받았다면서다.
가져간 약과 영치금을 접수했다고 알린 남씨는 “책 반입도 금지고 서신도 안에서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며, 자신의 ‘정치인 중 이러한 접견금지요청을 받은 적 있냐’는 물음에 ‘없는 것 같다’는 답을 구치소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두환 독재 때도 가족 면회는 가능했고 책도 들여보내줬는데 이게 웬 말이냐, 도와 달라”고 남씨는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민주당에서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막힌다”, “국민들은 송영길의 진실을 모두 알고 있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송 전 대표 접견 금지 조치를 했다. 형사소송법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으면 변호인을 제외하고 구치소 등에서 접견을 금지할 수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접견을 구실로 관련자들과 진술 맞출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오후 11시59분쯤 검찰이 송 전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와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당내 의원과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는 올해 4월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화했다. 검찰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윤관석 의원을 차례로 구속기소하며 공여자 수사에 공을 들여왔고, 먹사연으로 불법 정치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는 것으로 이어진 수사는 송 전 대표 뇌물 혐의로까지 뻗어나갔다.
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제안을 받아 프랑스로 출국했던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 시작 후 귀국, “주변 사람 말고 나를 구속하라”며 두 차례 자진 출석하기도 했으나 검찰 거부로 무산됐고 이달 8일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수사 시작 8개월 만에 송 전 대표 신병 확보에 성공한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에 송 전 대표를 상대로 돈봉투 살포 경위 등을 재구성한 뒤 재판에 넘겨 공여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대 20명에 달하는 돈봉투 수수 의원 특정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빈약한 증거로 나를 죽이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고 모든 우리 국민들은 불구속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송 전 대표는 결국 불구속 재판 필요성 설득에 실패하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로 내몰렸고,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돈봉투 수수 의원 규명을 위한 수사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송 전 대표의 구속을 ‘사필귀정’이라 표현하고, “온갖 기행과 꼼수로 아무리 빠져나가려 해도 지엄한 대한민국의 법은 반드시 정의를 구현한다"며 "의혹의 정점에 있는 송 전 대표의 구속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필귀정, 정의의 승리”라며 “불법 정치자금을 걷어 당 선거에 돈 봉투를 살포하는 행위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80년대 군사정부나 하던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검찰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일반 접견 금지(전화·서신·이메일 금지 포함) 조치는 윤관석 의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모두 구속 수사 기간 중 동일하게 받은 것”이라며 “해당 조치는 기소되면 풀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