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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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한국산 ‘지방분해 레몬 주사’ 유행…의사들은 “안전성 우려”

영국에서 지방분해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제품이 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주목받고 있지만, 의사들은 장기적인 안전성이나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에 따르면 ‘레몬 보틀’이라는 제품은 지난 반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틱톡에서 ‘레몬보틀(#LemonBottle)’ 해시태그가 붙은 동영상들은 도합 815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제품은 베이컨에 주사기로 노란색 용액을 주입하면 몇 분 뒤에 지방이 용해되기 시작하는 광고 영상으로 틱톡에서 입소문을 탔다. 

레몬 보틀을 판매하고 있는 제조사 에스아이디 메디코스의 영국 홈페이지. 에스아이디 메디코스 홈페이지 캡처

구글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에서 레몬 보틀의 검색량은 작년까지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으나, 올해 9월에는 ‘지방흡입술’ 검색량을 넘어섰다. 

 

옵서버에 따르면 레몬 보틀의 제조사는 한국 서울에 위치한 ‘에스아이디 메디코스(SID MEDICOS)’라는 회사로, 제품의 성분이 지방 세포를 지방산으로 분해하여 소변을 볼 때 자연적으로 배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레몬 보틀의 주요 성분으로 브로멜린, 리보플라빈, 레시틴을 제시하고 있으나 전체 성분 목록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해당 제품을 두고 의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정성이나 효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미용의학협회 이사인 소피 쇼터 박사는 “상당히 걱정된다”며 “이 제품은 업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지방분해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임상적인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옵서버에 말했다. 

 

미용 시술과 관련된 영국 의사 등록 업체인 ‘세이브 페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제품과 관련한 불만이 90건 접수됐으며, 이 중 50건은 지난 3개월 동안 발생했다. 효과가 고르지 않거나 없었다는 주장, 시술 후 멍·감염 등을 겪었다는 주장과 조직 괴사에 대한 불만도 1건 있었다고 한다.

 

애슈턴 콜린스 세이브 페이스 국장은 접수된 불만이 제품 자체의 문제인지, 시술자의 기술적인 문제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옵서버에 말했다. 

 

의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영국 첼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외과의사 바헤 카리미안은 레몬 보틀을 지금까지 200명가량 환자들에게 시술했고 대부분이 만족했다고 옵서버에 전했다. 카라미안은 “이 제품은 한국 제품이고, (그곳에서는) 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른 제품에 비해 내약성이 뛰어나 환자들은 시술 후 훨씬 더 만족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의사인 야니스 알렉산드리데스는 환자들에게 이 제품을 자신 있게 추천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미약하다”며 “이 제품의 효능과 안정성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논문이 없었다”고 말했다.

 

옵서버는 이 업체에게 제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