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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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만배가 낸 신학림 책값 ‘허위 보도 대가’ 정황 포착

검찰 ‘윤석열 커피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

신씨 저서 ‘혼맥지도’ 구매자 조사
각각 1억300만·5000만원에 구입
“구매의사 없었지만 추후 책값 요구”
김씨 구입 책값과 3배 이상 차이나

신씨 측 “구매자에 동일 가격 제시
책 산 사람이 정가보다 적게 준 것”
檢, 내달 초 구속영장 청구 검토 중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간 1억6500만원이 ‘책값’이 아닌 허위보도의 대가라는 것을 입증할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정상적인 금액을 받고 저서를 팔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해당 거래의 성격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신씨로부터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혼맥지도) 1세트(3권)를 구입한 2명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책을 구입한 가격과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각각 1억300여만원, 5000여만원에 혼맥지도를 구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구매자는 검찰에 “당초 구매 의사가 없었는데, 신씨가 먼저 책을 건네고 나중에 책값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씨가 김씨 외에 다른 사람들과도 책값 명목으로 ‘비정상적 거래’를 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신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압수수색 직후 “책 세 권을 부가세를 포함해 총 1억6500만원에 김씨에게 팔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씨가 다른 구매자로부터 받은 책값보다 3배 이상 많은 액수다. 신씨가 김씨에게 받은 책값의 실제 성격은 결국 ‘허위 인터뷰’ 보도에 대한 대가라는 것을 입증하는 정황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신씨에게 적용한 배임수재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선 단순히 금품이 오간 사실 외에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

 

사진=뉴스1

두 사람은 돈을 주고받기 닷새 전인 2021년 9월15일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인터뷰는 20대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됐다. 검찰은 인터뷰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결론 내린 상황이다. 검찰은 김씨가 해당 인터뷰를 통해 대장동 의혹의 ‘몸통’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서 윤 대통령 쪽으로 바꾸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 측은 김씨에게 판매한 가격이 ‘정가’라는 입장이다. 신씨 측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신씨가 모든 구매자에게) 가격을 똑같이 불렀는데 사는 사람이 정가보다 적게 줬다”면서 “국내 대형 언론사 네 곳과도 데이터베이스 제공 명목으로 수억원대 협상이 진행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씨 역시 지난해 9월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원칙적으로는 1억50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하는 데이터베이스”라며 “구매자의 형편 등을 고려해서 제가 (가격을) 낮출 수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김씨와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 소환한 데 이어 이날 이들을 재차 소환해 조사했다. 늦어도 내달 초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준무·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