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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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강제노동 생산품 NO”…韓기업 공급망 실사 ‘경고등’

무협, 강제노동 제재 강화 따른 대응 보고서 발간
“극소량의 소재·부품까지 기업이 추적·관리 요구”
美, UFLPA로 중국 신장위구르 생산품 수입 금지
EU, 강제노동 관련 규칙 2024년 초 입법화 완료 예상
공급망 리스크 제대로 관리하면 반사이익 기대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제노동 무역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우리 기업도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8일 발간한 ‘글로벌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 - 강제 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강제노동에 대한 제재가 확대되고 있고, 공급업체의 직간접적인 강제노동 사용 근절에 대한 고객사의 요구가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하다. 연합뉴스

강제노동 규제 강화 움직임은 특히 미국과 EU에서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 2022년 6월 발효된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에 따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산 원료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3국산 제품까지도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UFLPA 시행 이후 22억500만달러에 달하는 수입품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의심돼 통관이 보류됐다. 

 

당초 UFLPA 적용 우선순위 품목은 면화·토마토·폴리실리콘이었지만,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알루미늄 등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원부자재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됐다.

 

EU도 올해 초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에 대한 입법을 완료해 규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강제노동 사용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회원국의 관할 당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EU 의회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UFLPA와 같이 기업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EPA=연합뉴스

보고서는 “EU가 해당 규칙을 도입하면 EU의 대중국 견제가 더 강화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핵심 광물 분야의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EU는 극소량의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기업이 추적·관리할 것을 요구하지만, 중국산 원재료나 소재·부품을 제3국에서 추가 가공·조립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업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봤다.

 

또 신장위구르산 소재·부품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주의해야 하고, 중국 당국의 통제로 정보 수집이 어려워 기업이 자사 공급망의 강제노동 결부 여부를 자체적으로 실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기업이 공급망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한다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강제노동 위험이 낮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가격 프리미엄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으로 미국 내 태양광 설비 신규 설치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UFLPA에 따라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사용된 태양광 셀·모듈의 수입이 제한되자, 비(非)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중국산 대비 147% 높아진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아름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공급망 실사 법제화 움직임이 있지만,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역량이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규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