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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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만나고 간 올트먼, AI 반도체에 7조달러 투자

올트먼 “탄력적 공급망 구축 매우 중요”
엔비디아는 맞춤형 AI 칩 시장 공략 나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7조달러(약 9331조원)를 투자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재편에 야심을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트먼은 자체 AI(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으로 최근 방한해 삼성과 SK 임원진들과 회동했다.

 

9일(현지시간) WSJ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올트먼은 5조∼7조달러의 자본 조달을 목표로 예비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정도 투자금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액이다. 다만 CNBC는 오픈AI 측이 투자금 규모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FP연합뉴스

AI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생산을 고민하고 있고, 오픈AI도 그중 한 곳이다. 지난 7일 올트먼은 본인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전 세계는 현재 사람들이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AI 인프라, 데이터 센터 필요로 한다”며 “대규모 AI 인프라와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오픈AI가 이를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올트먼은 이번 펀딩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 고문을 만났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도 만나 자신의 사업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을 찾아 삼성, SK하이닉스 경영진들과도 만났다. 당초 6시간 남짓만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을 대폭 늘려 1박2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자연스레 오픈AI와 한국 반도체 기업 간 협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올트먼이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과 이점에 더해 엔비디아의 GPU 성능과 호환성 등을 고려해야 해서다. 반(反) 엔비디아 전선 구축의 효용도 계산기를 두들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는 맞춤형 AI 칩 시장 공략을 위해 새 사업부를 구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나 자동차, 5G 무선, 비디오 게임 등 맞춤형 AI 칩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등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맞춤형 반도체 공급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 세계 맞춤형 AI 칩 시장 규모는 약 300억달러로 전 세계 칩 매출의 약 5%로 추정된다. 

 

CNBC는 올트먼이 AI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쥐려 하면서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핵심 기술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고공 행진해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7800억달러에 달한다. CNBC는 “알파벳(약 1조8600억달러), 아마존(약 1조8100억달러)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의 시총을 추월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그런데 올트먼은 그걸 바꾸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