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민주 ‘막말’ 내홍 속 이재명식 이중 잣대?…정봉주는 “모든 행위 책임져야” 공천 철회·양문석엔 “표현의 자유” 유지

이재명, 정봉주엔 “매우 엄중하게 인식”·양문석엔 “내 욕도 하시라” 두둔
정세균·김부겸·이광재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공천철회 촉구
노무현 사위 곽상언 “국회의원 자질 검증하는 기회 되길”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정봉주 전 국회의원(오른쪽).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공천 유지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양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기억상실증 환자’이라고 비하했다는 논란에 대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고 일축하며 ‘목발 경품’ 발언 등 논란에 휩싸인 서울 강북을 후보자 정봉주 전 의원 공천 취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앞서 양 후보는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인 2008년 5월13일 미디어스에 실은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기억상실증 환자”라고 칭하는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16일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라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저에 대해 온갖 험악한 언행으로 당내 언사가 많지만 제지하면 끝이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며 “제 욕 많이 하시라. 뭐라고 안 한다. 우리는 막 물어뜯겨도 된다. 물어뜯는 것도 재미 아니냐. 안 보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고 했다.

 

다만 “표현의 자유는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의 차이”라며 “이 나라 주권자인 국민을 폠훼하거나 소수자, 약자를 비하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 심야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양 후보에 대해 “정치인이 정치인에 대해 말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지만 당내에서는 정 전 의원과 다른 대응에 공천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정 전 의원의 사태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의 막말 논란에 대한 물음이 나오자 “정치인들은 자신의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서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해 나겠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겠다”고 강조 한 바 있다.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정 전 총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사장이기에 앞서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 전 총리도 “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며 “다시 한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도태우, 정우택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고, 장예찬 후보까지 공천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손하게 자세를 낮춰야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원조 친노’로 분당갑 공천을 받은 이광재 후보 측도 긴급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로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곽상언 후보는 유감의 뜻을 표하며 “양 후보에 대한 공천취소를 결정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양문석의 발언보다 더한 발언을 주저 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일삼았단 국민의힘 정치인들부터 일일이 확인해서 정치적 자질을 검증하면 좋겠다”며 “양문석의 발언과 비교하고 그 언어로 인한 패악의 경중을 가려 이번 기회에 모두 걸러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전 의원은 과거 ‘목발 경품’ 발언 논란으로 설화에 휩싸였다. 그는 2017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대화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 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정 전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바 있다”고 해명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