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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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엄마에 훈장 주는 몽골 [한국에살며]

나는 세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유학 왔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살기 좋은, 그래서 내 고향 같은 나라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위 한국 사람들은 아이 세 명을 데리고 어떻게 박사 학위를 준비하느냐고 걱정을 많이 하신다. 한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철을 탔는데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아이를 한 명, 두 명, 세 명으로 세는 게 아니라 1억, 2억, 3억이라 세시면서 “아이고, 아빠가 참 많이 힘들겠다. 왜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았어?”라고 걱정해 주셨다. 이때 나는 잠시 “내가 정말 힘든가”, “너무 고생하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아이들의 웃음과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금세 없어져 버렸다.

 

내 나라 몽골은 인구가 고작 350만명이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수지만, 몽골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1911년 청나라로부터 독립할 때만 해도 50만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국가의 역할이 컸다.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대통령이 아이 이름을 지어 주기도 하고, ‘훌륭한 어머니’라는 훈장도 준다. 4명을 낳은 어머니에게는 2급 훈장을 주고, 6명 이상을 낳은 어머니에게는 1급 훈장을 준다.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매년 소정의 상금까지 받는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아이를 낳고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영웅이나 다름없다고 여긴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

이런 몽골인들은 다둥이를 좋게 본다.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갖고 온다”, “식구가 더해지면 음식도 더해진다”는 축복어까지 있다. 3명 이상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주위 사람들은 “좋겠다”, “예쁘네”, “훌륭하네” 하면서 칭찬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나는 아이를 낳고 올바르게 키우는 것을 인생에서 꼭 해야 되는 일로 여겼다. 그래서 박사 공부를 하면서도 넷째를 나을 수 있었다. 나도 몽골로 돌아가면 ‘훌륭한 어머니’ 훈장을 받을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의 긴 여정 끝에 눈을 감는 날, 내가 4명이나 되는 소중한 생명을 낳고 그들의 엄마로 살았다는 것을 가장 행복하고 가장 의미 있게 여길 것이다.

 

나의 두 번째 고향인 한국도 저출생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한 몽골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저출생 문제는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그 문화적 문제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로부터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가부장적 가족주의, 지나친 경쟁 의식, 낮은 성평등지수, 과도한 업무 문화 등은 한국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문화적 문제이다. 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미래도 밝을 수 있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