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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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아이템 확률 8배 뻥튀기?…공정위, ‘라그나로크 조작 의혹’ 조사 착수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라그나로크)’이 게임 내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넥슨코리아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건에 대해 경쟁당국이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게임 운영상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소비자 단체 행동이 늘고 있어 게임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라그나로크의 아이템 확률 허위표시 및 조작 의혹 민원을 사건으로 접수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라그나로크 개발사인 그라비티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담은 개정 게임산업법 시행을 앞둔 지난 3월20일 홈페이지에 라그나로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업체 측은 그러면서 “확인 결과 일부 아이템이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며 변경 사항을 공개했다. 공개된 수정표에 따르면 기존 공시와 확률이 다른 아이템은 100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마이스터 스톤’·‘엘레멘탈 마스터 스톤’·‘리로드 스톤’·‘크리티컬 스톤’ 등 일부 아이템들은 등장확률이 0.8%에서 0.1%로 수정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게임 내 아이템의 뽑기 확률이 최대 8배 부풀려져 있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그라비티 측은 “아이템 확률 고지가 필요한 경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 절차를 진행하는데,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확률 조작이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민원을 접수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서 본부로 사건을 이관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통상 민원 사건은 이를 접수한 지방사무소가 담당하지만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과 조사 효율성을 감안해 사건을 본부로 이관했다. 공정위는 그라비티의 잘못된 확률 공개로 인해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피해를 봤는지, 확률 구조를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거나 기만하는 ‘의도적 조작’이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이후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첫 사례다. 법 시행 후 첫 조사인 만큼 라그나로크 외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월 공정위가 넥슨코리아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 거짓·기만 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소비자단체 행동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 대표작 ‘리니지M’, ‘리니지2M’ 이용자 1000명도 공정위에 조사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 임직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슈퍼계정’이 존재하기 어려운 수준의 스펙과 아이템을 갖추고 있어 공정한 경쟁 생태계를 해쳤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추진계획을 통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소비자피해 구제를 위해 전자상거래법에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하는 등 확률형 게임아이템 관련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의의결제는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라그나로크 민원 건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고, 본부가 넥슨코리아 사건을 처리한 부분도 있어 이관 받게 됐다”면서 “게임산업법이 시행됐는데, 자체 모니터링과 함께 게임위원회 측과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