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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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바이든 국지전 일으킬 수도” 김준혁, 국민 대표 자격 있나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막말 논란이 끝 간 데 없다. 그가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은밀한 합의를 통해 국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이 방송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러시아와의 전쟁을 선택한 것”이라고도 했다. 어불성설이다. 남북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악화돼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데 우리가 먼저 도발할 리가 있나. 미국이 무슨 이익이 있다고 국지전을 합의해 주겠는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침공에 방어를 하지 말고 항복을 하란 얘기인가.

역대 총선에서 이 정도로 황당한 발언을 한 후보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2년 8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씨가 해방 이후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 시켰다”고 했다. 2019년 2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 치하에서 관동군 장교로 활동한 점을 거론하며 “당시 관동군은 아시아 지역 곳곳에 점령지를 두고 위안소를 만들어 여성을 착취했다”며 “1941년 관동군 소속이었던 박정희가 당시 성노예로 희생당했던 위안부와 성관계를 맺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김 후보는 “관련 서적을 바탕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했지만 근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2017년 김용민씨가 진행하는 국민TV 방송에선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는데 그때 풍수 지관들이 이 자리는 여인의 젖가슴의 자리라고 얘기했다”면서 “궁중문화의 에로문화가 내 전공”이라고 했다. 여성단체들이 “사퇴하라”며 반발하자 “특정 성별이나 집단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려는 의도로 해당 표현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발언 역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과거 발언이라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김 후보자는 특히 조선 후기 역사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가 아닌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검증되고 상식 있는 말을 해야 한다. 그는 알려진 막말만 해도 이미 국민 대표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되는 것은 후보들이 알아서 대처할 문제”라고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공천을 철회하는 게 맞다. 국민들이 이런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