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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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세월호 10년… 대한민국 안전은 아직도 D학점

광주 아파트 붕괴… 이태원 참사 등 끊이지 않아
AI·드론 등 신기술 악용 재해 우려도 대두

대한민국의 안전등급을 학점으로 준다면 D학점 수준 정도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째이다. 대한민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안하다. 생활안전, 교통안전, 산업안전, 시설안전 등 모든 분야가 매한가지이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와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 중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우리들의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사고였다. 계획서는 완벽했지만 실행은 따로국밥인 결과물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멀쩡하던 분당 정자교 보도가 무너져 그 위를 걸어가던 보행자 1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안전점검 결과 양호한 등급으로 판정되었던 교량이 갑자기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안전점검 결과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여름철마다 국지성 호우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도심지 한복판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어 차를 빼러 갔다가 익사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침수대책은 오매불망이다.

복잡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스몸비’들을 매일 만날 수 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이다. 스마트폰 화면만 주시하면서 주변에는 신경 쓰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타고 있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급정지라도 하게 되면 순식간에 압사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감각하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해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전은 왜 D학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나만 편리하면 된다는 인식과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의 결과가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 시간 투입이 필요하다. 거기다가 안전 활동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안전 활동을 했는데도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힘들게 고생해서 대형 사고를 막았지만 의사결정권자들은 괜히 비용만 지출했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는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을 이유로 안전은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상이다.

현장을 살펴보면 계획처럼 실행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현장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계획, 지키지도 못할 거창한 계획들이 수립된다. 반면에 현장에서는 지키고 싶어도 비용이나 인력이 수반되기에 지킬 수도 없다. 보여주기 식의 계획이나 서류작성보다는 실질적인 사전예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세월호나 이태원 사고와 같은 재래형 재해도 문제지만 새롭게 대두될 신종재난이나 재해가 더 큰 문제이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드론 활용에 따른 사고나 기상이변에 따른 사고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무방비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된 기술들이 인간의 안전을 역으로 위협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상이변이나 새로운 기술사용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도출하고 만반의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볼 줄 알고 인식하고 개선하는 것에서 확보될 수 있다.

T 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의 안전이 확보되어 ‘4월은 가장 아름다운 달’로 다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