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잊히고 싶다’… 文, PK서 민주 후보 지원 행보 [4·10 총선]

文, 연일 “이렇게 못하는 정부 처음”
한동훈 “文정부 때 힘들었던 것 기억”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울산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전날 부산 사상과 경남 양산에 이어 연일 부산·경남(PK) 지역을 두루 훑으며 민주당 후보를 돕는 광폭 행보다. ‘대통령이 끝나면 잊히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한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울산 동구 항일독립운동의터전인 보성학교전시관을 방문, 민주당 동구 국회의원 김태선 후보와 포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 김정숙 여사와 함께 울산 동구 보성학교 전시관을 방문했다. 이 지역 총선 출마자인 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인사한 뒤 유권자들과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이 울산을 방문한 이유를 묻자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거”라며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에 대해선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라며 “문재인정부가 무너진 조선 산업을 되살렸듯이 김 후보는 무너진 민생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그의 당선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김 후보 지지 유세를 끝낸 뒤 문 전 대통령은 오상택(울산 중구) 후보와 전은수(울산 남구갑) 후보도 차례로 만나 격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 후보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칠십 평생 살면서 여러 정부를 경험해 봤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며 “정말 민생이 너무 어렵다”고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에도 경남 양산갑의 이재영 후보와 함께 양산 물금읍 벚꽃길을 방문한 자리에서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아 울산 중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오상택 후보(오른쪽)와 나란히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울산=뉴스1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 때 “대통령 임기 이후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이 끝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어 최근 행보는 다소 뜻밖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정권 심판론에 가세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민주당 ‘원팀’에 화룡점정을 찍으려는 포석으로 본다. 김부겸·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고,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임종석 전 의원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선거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비명횡사’ 공천의 최대 희생양인 박용진 의원도 정권심판론을 외치며 지원 유세에 나서 민주당 분위기는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는 문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대해 “당과 상의하지 않고 진행하고 계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정부 당시 부동산이 폭등하고 살기 힘들었던 것을 기억하지 않느냐”며 “국민께서 그분의 말을 그리고 그분이 이 나라를 이끌었던 시기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리라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최우석·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