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홈술·혼술 열풍과 전통주 붐으로 막걸리가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전통주 붐을 주도하던 MZ세대들이 최근 위스키를 선호하는 등 주류 트렌드가 변하고 지난해 불거진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저도주 선호 경향이 두드러진 것 역시 막걸리 매출 하락 원인으로 지목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순당 매출은 704억원으로 전년대비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4억원으로 전년대비 51.2% 감소하는 등 반토막 났다. 이는 백세주, 막걸리 등 주요 판매 제품의 국내 매출과 해외 수출액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또 금융상품 평가손실로 당기순이익도 감소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국내 매출액 및 해외 수출액 감소로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했다"며 "금융상품 평가손실로 인한 당기순이익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순당 매출은 2019년 534억원에서 2020년 529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2021년 652억원, 2022년 746억원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영업이익도 2019년 59억원 손실에서 2020년 45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후 2021년 84억원, 2022년 91억원으로 3년 연속 늘었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주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영업이익이 1년 만에 다시 반토막 났다.
국순당은 막걸리와 백세주를 주력으로 판매 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704억원) 가운데 국순당 생막걸리 등 막걸리 비중은 44.43%로 가장 높다. 이어 백세주(19.74%)·와인(13.73%) 순이다.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의 지난해 매출액은 399억원으로 전년(406억원) 대비 1.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38억원)보다 10.4% 감소했다.
서울탁주제조협회 계열사인 서울장수는 지난 2010년 충북 진천에 설립돼 막걸리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장수 생막걸리'를 비롯해 허니버터아몬드주, 달빛유자 등이다.
‘지평생막걸리’를 생산하는 지평주조는 지난해 매출이 1년 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 감소했다. 지평주조의 지난해 매출액은 441억원으로 전년(387억원) 대비 1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59억원) 대비 40.6%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큰 폭 줄어든 것은 광고선전비, 영업외 비용 증가 등의 영향이 컸다. 지평주조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11억8174만원으로 전년(3억3321만원) 대비 254.7% 늘었다.
이자비용, 외환차손 등 영업외 비용도 13억4268만원으로 전년대비 208%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홈술·혼술 등의 유행으로 와인, 위스키를 비롯해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 업계가 호조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실적이 크게 꺾였다.
실제 막걸리 등 탁주의 국내 판매도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에서 전체 탁주 판매액은 5754억원으로 전년(6045억원) 대비 4.8%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면서 막걸리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에 논란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현재 아스파탐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론냈지만 후폭풍이 이어졌다.
소비자 기호 다양화, 저도주 선호 경향 등 주류 산업의 변화도 막걸리를 기피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기존 16도의 진로나 참이슬 후레쉬 보다 0.5도 낮은 15.5도의 진로골드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 육성지원 등에 힘입어 막걸리의 판매가 증가하다가 최근에는 주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다소 주춤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