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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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또 도발… 北, ‘극초음속 미사일’ 추정 IRBM 발사

평양서 동해상으로 IRBM 1발 쏴
고체연료 지상실험과 연관 분석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 맞대응
尹 “우리 사회 흔들려 해… 안보 만전”

북한이 2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쐈다. 총선을 8일 앞두고 이뤄진 미사일 발사다. 한·미·일 공군은 미 전략폭격기 B-52H가 출격한 가운데 연합 공중훈련을 전개하며 맞대응했다.

북한이 지난 1월 14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6시53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은 600여㎞를 날아 동해상에 낙하했다. 함경북도 앞바다에 있는 알섬보다 북동쪽으로 더 가 공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사일 단분리는 정상 진행됐으며, 비행거리는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 미사일이 최고 고도 약 100㎞로 비행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을 실시한 지 15일 만이다.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는 1월14일 이후 처음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지난달에 시험한 극초음속미사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3월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지상실험과 연관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발사체 능력이 더 향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0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에 쓸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기술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탄도미사일 전력에서 두 분야는 ‘빈틈’으로 평가된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음속의 5배가 넘으므로 기술적으론 극초음속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실질적인 위력을 갖추려면 성능 향상이 필수다. 더 빠른 속도와 더불어 장시간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능력과 기동성 있는 선회비행 능력 등이 필요하다.

 

우선 1단 추진체 추력을 높여야 한다. 재진입체가 더 빠른 속도와 기동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에 대해 합참이 추진체의 추력을 높여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월 쏜 미사일보다 추력이 높아졌으므로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발사했다면 비행거리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합참 설명이다. 북한이 이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면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기술을 동시에 완성하는 효과를 얻는다. 괌과 오키나와, 일본 본토 미군기지를 직접 위협할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북한의 군사 도발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한국 총선을 앞둔 무력시위로 해석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북한은 총선에 개입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고 승산이 있을 때 개입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은 공중 훈련과 북핵대표간 협의 등으로 공동 대응했다. 3국 북핵대표는 이번 발사에 대해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제주 동남방의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 일대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B-52H 외에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미 공군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이번 공중훈련은 3국 정상이 지난해 미국 캠프데이비드 회담에서 합의한 한·미·일 연례훈련계획의 일환으로 올해 들어 처음 실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 도발을 계속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흔들려 하고 있다”며 “이런 도발은 우리 국민의 마음을 더 단단히 하나로 묶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안보 태세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수찬·구현모·정지혜·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