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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테인·지아잔틴, 안과의사는 안 먹어요” [건강+]

김훈동 순천향대 천안병원 안과교수

황반변성 진행 예방 위해 개발된 성분
약물 아닌 건강기능식품인 ‘눈 영양제’
중기 이후 황반변성 이외엔 효과 전무

당뇨망막·녹내장 환자 복용 필요 없어
가격도 비싸 장기간 꾸준한 복용 부담
영양제 보다 흡연·음주 피하는 게 도움

“국내 실명 원인 1위는 당뇨병의 눈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입니다. 2위가 연령 관련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AMD·이하 황반변성)이죠. 최근 황반변성의 발병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수년 후엔 우리나라 실명 원인 1위로 올라설 수 있죠. 이런 황반변성의 진행을 예방하고자 개발된 약물이 루테인과 지아잔틴 성분의 눈영양제입니다. 그러나 중기 이후 황반변성 환자를 제외하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복용한다고 황반변성이 예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눈 영양제’라고 하면 루테인, 지아잔틴은 공식처럼 나온다. 소위 ‘실명질환’은 질병이 진행된 이후에는 되돌리기가 어렵다. 아직은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은 사람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노년의 ‘필수 영양소’처럼 여긴다.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광고의 영향으로 그런 믿음은 더 강화됐다.

김훈동 순천향대 천안병원 안과 교수는 지난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루테인, 지아잔틴 성분의 눈영양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예방 효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약물로 분류됐을 것”이라며 “비타민을 복용하듯 루테인, 지아잔틴도 그냥 ‘영양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어떻게 ‘시력 보호’의 대명사가 됐나.

“사람 눈의 가장 뒤편에는 망막이라는 신경 조직이 있다.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視細胞)가 위치하고, 망막의 가장 중심부를 황반이라고 한다. 눈 속으로 들어온 빛이 초점을 맺는 부위가 황반부이며, 황반부에는 노란색 색소를 함유하고 있는 세포가 많아 노란 반점처럼 보인다고 하여 황반(黃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황반부에 위치한 세포의 성분 중 루테인과 지아잔틴이라는 성분이 있다. 황반부 세포 유지에 필요한 성분이며, 시각 세포로서 기능하는 데 매우 필수적인 요소지만 나이가 들면서 루테인·지아잔틴의 밀도가 점차 감소한다. 또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식품이나 약물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최근 세계일보와 만난 김훈동 순천향대 천안병원 안과 교수는 “루테인, 지아잔틴은 황반변성의 진행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된 눈영양제로 황반변성 소견이 없다면 복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흡연, 비만, 과도한 음주, 고혈압·당뇨 등 위험 요인 기피 등 생활습관 개선도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제공

―외부 섭취로 도움이 된다는 의미 아닌가.

“안과의사들이 주목하는 연구가 있다. 미국 내 여러 병원 및 안과 의료기관들이 참여한 ’연령관련 안질환 연구(the Age-Related Eye Disease Study·AREDS)’다. 1999년 시작된 이 연구는 황반변성의 자연경과를 알아보고, 질병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인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분석했다. 세부 과제 중 하나가 황반변성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경구약의 조합을 찾는 것이었다. 이 AREDS 연구에서 적용된 성분 조합대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루테인, 지아잔틴 약품 명칭에 ‘○○○ 아레즈’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 AREDS1 연구에서는 비타민C(500㎎), 비타민E(400IU), 베타 카로틴(15㎎), 아연(80㎎), 구리(2㎎) 등의 성분이 포함된 약물 조합을, AREDS2 연구에서는 흡연자의 폐암 발병 위험성 때문에 베타 카로틴이 제외되고, 비타민C, 비타민E, 구리, 아연 외에 루테인(10㎎)과 지아잔틴(2㎎)이 추가됐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AREDS2 조합은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진행을 현저하게 감소시키지 못했다. 다만 추가적인 통계 분석에서 후기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도를 10% 정도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일부에서 위험도를 낮춘다는 결과는 보여줬기에 AREDS2 조합에 따른 영양제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예방’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건가.

“루테인, 지아잔틴은 황반변성의 진행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된 눈영양제다. 당뇨망막병증 환자, 녹내장 환자는 복용이 필수적이지 않다. 당뇨망막병증은 혈당 조절이, 녹내장은 안압하강제를 꾸준히 넣는 것이 중요하다. 또 황반변성 소견이 없다면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이론적으로 망막 기능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이며, 대규모 연구에서 어느 정도 질병의 진행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는 증명됐고, 장기간 복용했을 때 아직 별다른 약물 합병증이 보고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력에 대한 불안감이 큰 환자들은 눈영양제로 복용해도 좋다.”

―루테인·지아잔틴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초기 황반변성 단계 환자는 5년 내 다음 단계 진행 위험이 낮고, 10년 내 진행 위험도가 15% 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초기 황반변성 환자에게는 루테인, 지아잔틴 눈영양제의 복용이 필수적이지 않다. 다만 심리적으로 시력 저하에 대한 걱정이 많은 환자에게는 권유한다. 그러나 한쪽 눈이라도 중기 소견을 보이는 환자부터는 루테인, 지아잔틴 눈영양제 복용이 필요하다. 후기까지 진행한 경우에는 루테인, 지아잔틴뿐 아니라 망막 아래에 맥락막 신생혈관 증식이 동반된 경우 안구내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주입술도 필요하다.”

―초기·중기·후기의 기준은.

“나이가 들면서 망막에 쌓이는 드루젠(drusen)이라는 침착물을 포함한 망막 검사 소견을 기준으로 한다. 63∼125㎛ 직경의 드루젠이 있는 경우 초기, 125㎛ 이상의 큰 드루젠이 있거나 망막색소 이상이 동반된 경우가 중기, 신생혈관이 증식하거나 지도모양 위축이 진행된 경우가 후기다.”

―본인은 루테인이나 지아잔틴을 복용 안 하나.

“나는 루테인, 지아잔틴 성분 눈영양제를 복용하지 않는다. 망막 침착물인 드루젠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도 비싼 편이라 수개월·수년 꾸준한 복용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눈 영양제를 먹는다고 당장 시력이 호전되거나 황반변성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망막에 드루젠이 늘어나고 황반변성이 진행하면 복용할 것이다.”

― 눈건강을 위한 조언은.

“황반변성은 생활습관과도 연관이 있는 질환이다.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눈영양제를 먹는다 한들 황반변성은 계속 진행할 위험이 높다. 또 △비만 △과도한 음주 △자외선 △고혈압·당뇨 등도 위험 요인인 만큼 선글라스 착용, 기저질환 관리가 필요하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