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4월 폐기된 기존 양곡관리법 내용을 일부 보완한 ‘제2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불과 22분 만에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11명 등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쌀값 폭락이 우려될 때 농협협동조합 등이 쌀수요 초과 생산량을 의무매입토록 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농수산물 값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농민에게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가격안정법도 이날 의결했다. 반시장적 포퓰리즘 악법을 이렇게 힘 자랑하듯 밀어붙여도 되나.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22대 국회에서도 협치는 팽개치고 입법폭주를 하겠다는 뜻이어서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이 쌀값 하락을 막고 농민들의 소득보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년 1조원 이상의 혈세를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투입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망칠 것이라는 비판에는 귀를 닫는다. 향후 농민표를 겨냥한 발상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농민들에겐 생색내고 대통령에겐 ‘반농민’ 프레임을 씌워 또다시 정치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도 아닌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제와 민생이 총체적 위기상황이라며 4·10 총선 때 공약한 13조원 규모의 전국민 지원금(1인당 25만원)과 소상공인에게 대출이자를 1조원 깎아주는 민생회복 긴급조치를 시행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친다”고 거부 의사를 내비치자, 이 대표는 “국민 다수가 원하는데 어떻게 해서 포퓰리즘이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대중이 원한다고 끝도 없이 포퓰리즘 정책을 이어가다 국가부도 상태가 된 아르헨티나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경제위기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에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원내 제1당이 나라 곳간이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정부 부채가 2029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증가한다고 경고하는데도 퍼주기에 골몰한다면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아무리 국민이 총선에서 야당에 192석을 몰아주었다고 해도 민의를 이렇게 왜곡해도 되는가.
[사설] 巨野 제2양곡법·추경 추진, 퍼주기는 총선 민의 왜곡이다
기사입력 2024-04-18 23:00:31
기사수정 2024-04-18 23:00:30
기사수정 2024-04-18 23: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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