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증원분을 대학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의사 단체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의대 학장들이 ‘정원 동결 후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여전히 의·정 갈등을 벗어날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의대 교수의 사직 시작이 25일로, 의대의 내년 정원 확정 일정이 이달 말로 다가오고 있어, 이번 주가 의료 공백 사태 완화·악화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대정부 호소문을 발표하고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이 모인 KAMC는 지난 18일 학장·학원장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했다.
KAMC는 최근 정부가 각 대학이 증원 규모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방침을 정리한 데 대해 “국가 의료 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은 동결하고, 2026학년도 이후 입학 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논의하자”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대학 자율 증원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 발표는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의협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이번주 중 출범할 계획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한 불참 의사도 밝혔다. 비대위는 “특위는 물리적으로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에 다른 형태의 기구에서 따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학 자율 증원안’으로 기존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의사계는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각 대학은 이달까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는데, 다음달 중 대교협이 이를 승인하면 정원이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의사계와의 지속적인 대화 시도와 대학의 의견을 반영한 정원 조정, 전공의 처분 유예 등으로 증원의 명분을 쌓아 온 만큼 이대로 증원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의사계가 계속 기존 거부 입장을 고수할 경우 그간 미뤄 왔던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료개혁특위에서 다양한 의료 이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의료계에서도 꼭 참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19일 “향후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 등 상황 변화를 고려해 처분 절차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강경책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 교육부는 이날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업 참여시 공개 사과 등 집단행동을 강요한 사례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복귀를 막는 행위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교육부는 “수도권 한 의대에서 ‘의대 TF팀’ 명의로 의대생들에게 수업이 재개돼도 단체 수업 거부를 지속할 것을 요구한 일이 발생했다”며 “학습권 침해 행위는 절대로 용납돼서는 안 되며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에 근거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에는 노연홍(69)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노 협회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MB정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대통령 고용복지수석비서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