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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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출생·형평성에 맞지 않는 예·체능 병역특례제 폐지해야

이기식 병무청장이 엊그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개편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며 “예술·체육요원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BTS)도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느냐”며 “병역특례제도를 도입할 당시에 비하면 시대환경, 국민인식, 병역자원 상황 등 많은 변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방향을 잘 잡았다.

예·체능 병역특례는 1973년 스포츠와 예술 국제대회 수상을 국위선양으로 여길 때 도입된 제도다. 현재 체육요원은 아시안게임 1위, 올림픽은 3위까지 4주간의 기초훈련을 받고 해당 종목에 34개월 이상 몸담을 경우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예술요원은 30개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까지, 5개 국내 경연대회는 1위,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가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50년 사이에 G10(주요 10개국)을 넘볼 정도로 높아진 데다 이 제도가 계속해서 공정하게 시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간 병역특례제에 대한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월드컵 축구 16강 진출, 야구의 경우 WBC 4위 이상이 대상이 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 축구·야구선수들이 아마추어 선수를 상대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병역면제를 해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가장 컸다. 2022년 항저우 대회가 대표적이다.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는데, 출전국은 불과 8개 나라였고, 심지어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들까지 병역면제를 받았다.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국위선양 기여도만 보면 BTS가 1순위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군입대를 했으니 병역특례제는 모순투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병역특례제는 저출산 문제로 입대자원이 급감하는 상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50만여명의 병력 유지도 위태로운 지경인데 어떻게 북한의 100만명의 병력을 상대할 수 있겠나. 첨단장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장교와 부사관만 뽑는 여군 모병제의 범위 확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젠 군 복무기간도 상당히 단축돼 병역의무 이행이 수월해졌다. 저출생 시대환경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병역특례제를 폐지하는 게 맞다. 공감하지 않을 국민이 거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