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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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이어 AI폰 메모리서도 주도권 잡는다

최첨단 낸드 ‘ZUFS 4.0’ 개발

온디바이스 AI 휴대폰에 최적화
데이터 용도 따라 저장공간 달라
앱 실행시간 기존대비 45% 빨라
2024년 3분기 양산… 빅테크 고객 확보

美 SIA “韓, 반도체 생산능력 향상
2032년 대만 제치고 세계 2위로”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이번엔 AI폰에 탑재될 메모리 솔루션으로 시장 리더십 강화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성능의 모바일 낸드 솔루션 제품인 ‘ZUFS 4.0’(사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ZUFS는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등 모바일 제품에 탑재되는 플래시 메모리인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에 ‘구역화’(Zoned)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구역화는 유사한 특성의 데이터를 같은 구역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존 UFS는 데이터를 공간 구분 없이 동시에 저장했지만, ZUFS는 여러 데이터를 용도와 사용 빈도 등 기준에 따라 각각 다른 공간에 저장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작동 속도와 저장장치의 관리 효율성을 높인다.

업계 관계자는 “책장에 여러 종류의 책이 순서 없이 꽂혀 있는 것보다 잡지, 소설, 만화책 등으로 분류돼 있을 때 책을 찾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라며 “ZUFS는 모바일 낸드에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ZUFS는 장시간 사용 환경에서 스마트폰 앱 실행 시간을 기존 UFS 대비 약 45% 향상했다. 또 저장장치의 읽기·쓰기 성능이 저하되는 정도가 4배 이상 개선되면서 제품 수명도 약 40% 늘었다.

성능이 대폭 향상되면서 ZUFS 4.0는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에 최적화됐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등 물리적으로 떨어진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기기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하므로 핵심 부품인 메모리 성능이 좋아야 AI 기능의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부터 ZUFS 4.0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ZUFS 4.0을 통해 HBM으로 대표되는 초고성능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AI 메모리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32년 한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이 전 세계 시장의 19%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회복 탄력성’ 보고서에서 2032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생산능력이 중국(2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19%는 2022년 생산 비중 17%보다 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대만(17%)과 미국(14%)을 앞서는 수치다.

SIA와 BCG는 한국의 생산 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은 반도체 공장 건설로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보고서는 2032년까지 한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을 미국(20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29%로 추정했다.

다만 첨단 공정을 포함한 1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이하 한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급감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압박에 글로벌 업체들이 미국 내에 첨단 공정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보고서는 같은 기간 미국의 10㎚ 이하 공정 생산 점유율이 0%에서 28%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