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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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 추미애 탈락 이변…이재명 ‘연임론’에도 영향 있을까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당선

박찬대 ‘추미애 밀기’ 부정 시각
秋·尹 갈등 재연 부담감도 작용

“당 정상작동 증거” “李 오만 안돼”
李 지지자들은 “수박 있다” 반발
與 “낙점정치 반대기류 긍정적”
禹 “기계적 중립 아닌 민심 볼 것”

1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 경선에서 낙선한 것은, 원내대표에 이어 입법부 수장인 의장까지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마음)만 바라보며 선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암묵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록 22대에 등원 예정인 당선자 상당수가 공천을 위해 친명(친이재명)계임을 강조했지만, 명심을 등에 업은 추 전 장관에게 몰표를 행사하는 대신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소신 투표에 임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번 경선 결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일정 부분 손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추미애(가운데) 당선인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당이 정상임이 증명돼”

 

이날 경선 직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가 현실화할 것이란 견해가 대체적이었다. 경쟁자였던 6선의 조정식 의원과 5선인 정성호 의원이 갑작스럽게 후보직을 내려놓은 배경에 ‘명심’이 작용한 만큼 추 전 장관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완전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의장 선거를 하는 게 어디 전례가 있던 일인가”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명심을 등에 업고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재차 추 전 장관을 밀어주려 한 당 지도부를 향해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후보. 뉴스1

한 재선 의원은 “이번 경선으로 당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고무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선자들이 당대표 중심의 명령 체계를 따르지 않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전 장관이 현직 장관 시절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했던 점도 감점 요인이 됐다는 것이 당내 기류다. 자칫 ‘추·윤 갈등’이 재연되면서 당 차원의 민생 행보가 완전히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후보 정견 발표도 당선자들이 표심을 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반응도 있다. 한 참석자는 “추 전 장관은 늘 그랬듯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우원식 의원은 ‘국민 삶을 책임지고 민심을 대변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하더라. 비전을 밝히는 메시지에 현격한 차이가 있더라”고 전했다.

 

이재명(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국회의장단 후보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원식 의원, 추미애 당선인,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뉴시스

◆“당대표 원내대표에 타격 불가피”

 

친명 지도부가 밀던 추 전 장관의 낙선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났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친명계 한 의원은 “나도 우 의원이 되는 게 맞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의장 후보 경선에 명심이 거론된단 것 자체가 상당한 문제다. 오만해선 안 되는 거였다. 이 대표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원내대표에 이어 의장까지 입맛대로 뽑으려는 인위적인 힘이 작동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당내에 적잖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재선 이상은 물론 친명 위주 초선 당선자 그룹에서도 상당한 ‘이탈표’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보다도 원내대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잇달아 만나 사실상 추 전 장관으로 ‘교통정리’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친명 그룹은 경선 결과에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이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은 없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이 대표에게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들은 의장 후보 경선 결과가 향후 이 대표의 연임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의원은 경선 후 이 대표와 회동에서 “국회가 민심에 맞지 않게 흘러간다면, 국회의 대표로서 국회법이 규정하는 의장 권한을 최대한 살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민심과 민의를 중심에 둘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여당은 경선 결과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당선자는 “이 대표가 결정하는 식의 의장이 아니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최근 박찬대 원내대표나 추미애 후보 등 ‘낙점 정치’에 대해 민주당 내 반대 기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야당 당선자들이 이재명 독재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은 경선 결과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아직도 수박(비명계 멸칭)이 남아 있는 거냐”며 당사자 전원의 투표 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강한 실망감을 표하며 ‘탈당 인증’ 글을 게재하는 지지자도 여럿 있었다.


배민영·최우석·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