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고 장진영(1972∼2009)씨의 부친인 장길남 계암장학회 이사장이 16일 오후 2시쯤 별세했다. 향년 89세.
17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 있는 ‘장진영기념관’에 다녀오던 길에 발을 헛디뎌 넘어진 바람에 유명을 달리했다.
장진영씨의 4살 위 언니 진이씨는 “아버지께서 올해 9월 동생 15주기 행사를 크게 열고 싶어하셨고, 그 준비를 위해 기념관에 갔다가 돌아오시는 길에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둘째 딸을 잃은 뒤 2011년 5월 임실군 운암면 사양리에 ‘장진영 기념관’을 세우고 직접 관리해 왔다.
고인은 전주에서 폐수처리용품 업체인 ‘삼화화학’을 운영하면서 2010년 3월 사재 11억원을 털어 딸의 아호를 딴 장학재단 ‘계암장학회’를 설립해 장학사업을 벌였다. 2녀 중 둘째 딸인 장진영이 2009년 7월 암 투병 중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게 계기가 됐다.
고인은 장진영이 37세 때인 2009년 9월 1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빈소로 찾아온 딸의 모교 전주중앙여고 교감에게 장학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일이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에서다.
고인은 딸을 가슴에 묻은 이후 15년간 이 장학회를 통해 지역 중·고교와 대학, 임실군에 2000만∼1억5000만원의 장학금을 꾸준히 기부하며 생전에 딸이 펼치던 선행을 이어왔다. 임실은 그의 고향이자 장진영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올해 1월에도 “생전 간절히 원했던 딸의 뜻이 전달됐으면 한다”며 학교법인 우석학원에 5억원을 기부했다.
장진영씨는 1972년 전주에서 태어나 19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뽑힌 뒤 연예계에 데뷔했다. 영화 ‘국화꽃향기’ ‘싱글즈’ 등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사랑받았으나, 2009년 9월 1일 위암으로 숨졌다.
유족은 부인 백귀자씨와 사이에 딸 장진이씨 등이 있다. 빈소는 전주시민장례문화원 특30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딸이 잠들어있는 임실군 운암면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