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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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신메뉴’냐 vs 진화한 ‘아는 맛’이냐

‘금요 예능대첩’ 승자는

김태호, JTBC 신작 ‘가브리엘’ 선봬
72시간 이름만 아는 타인의 삶 살아
박보검·박명수… 예상못한 감동 선사

나영석, tvN ‘서진이네2’로 돌아와
이번엔 아이슬란드에서 곰탕집 운영
배우 고민시 합류… 첫회 시청률 6.9%

2000년대 후반 남녀노소 나이 불문 모든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사람들을 TV 앞으로 이끌었던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 ‘무한도전’과 KBS2 ‘1박2일’. 당시 토요일(무한도전)과 일요일(1박2일) 저녁 예능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이들을 이끌었던 수장은 김태호 PD와 나영석 PD. 방송 요일이 달라 직접 맞붙지 못했지만, 주말 예능프로그램 1위를 연출했던 이들은 자주 비교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각자 몸담고 있던 방송국을 떠나면서 ‘김태호 vs 나영석’이라는 빅매치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김태호(왼쪽)PD와 나영석 PD.

20여년이 지나 드디어 ‘김태호 vs 나영석’의 빅매치가 이뤄졌다. 금요일 저녁 자신들이 연출을 맡은 예능프로그램이 새롭게 시작한 것. 더군다나 ‘출연진이 해외에서 생활한다’는 소재도 비슷해 방송가는 물론이고 대중까지 이들의 빅매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태호 vs 나영석’ 빅매치 포문은 김태호가 ‘마이 네임 이즈(My name is) 가브리엘’(‘가브리엘’)로 먼저 열었다. 지난달 21일 오후 8시50분 JTBC에서 처음 방송한 ‘가브리엘’은 스타들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과 동갑인 일반인이 서로 하루 동안 바꿔서 사는 콘셉트로 2011년 1월15일(232회)과 22일(233회)에 방송된 ‘타인의 삶’ 코너를 확장한 것이다. 박보검, 박명수, 염혜란, 홍진경, 지창욱, 가비, 덱스 등이 타인의 삶을 산다. 데프콘과 다비치의 강민경, 이해리는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맡았다.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박보검 등은 단순히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경도와 위도의 주소지가 존재하고 부모와 친구, 직업이 있는 ‘실제 누군가’의 삶을 72시간 살아가는 예능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준 것. 예컨대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서 ‘루리’로 생활한 박보검은 그가 남겨놓은 돈으로 오렌지를 샀고,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 ‘이 인생의 원래 주인’인 누군가의 돈이고 친구이기 때문에 그리고 진짜 ‘루리’가 돼야 했기 때문에 박보검은 진정성 있게 행동했다. 이러한 울림뿐만 아니라 재미도 담겼다. 박보검이 수년 동안 음악을 해온 ‘루리’가 돼 2일 뒤 아일랜드 최대 기념일인 ‘성 패트릭 데이’에 26명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합창단 램파츠의 단장으로서 버스킹(거리 공연) 지휘를 맡아야 하는 것. 예고도 없이 큰일을 맡게 된 박보검의 당황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웃음을 줬다.

 

김태호가 새로운 소재로 승부했다면, 나영석은 ‘나영석표’ 예능프로그램인 ‘서진이네2’로 돌아왔다. ‘서진이네’는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이서진, 정유미 등이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식당’의 스핀오프(번외편)로, 이서진이 사장으로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배우들과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멕시코에서 촬영한 ‘서진이네1’은 지난해 2월에 방송됐으며, ‘서진이네2’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40분 tvN에서 처음 방송했다. 기존 멤버에 고민시가 새롭게 합류해 아이슬란드에서 곰탕집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윤식당’ 시리즈에 이어 ‘서진이네’ 시리즈까지 이미 수년간 해왔던 소재이기 때문에 ‘색다름’은 없다. 하지만 “제일 무서운 맛이 아는 맛”이라는 말처럼 ‘서진이네2’는 익숙한 재미를 줬다.

tvN '서진이네2'

28일 방송은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에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서진이네’에서 인턴이었던 최우식이 대리로 승진하고, 입대로 자리를 비운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 대신 신입으로 고민시가 합류하는 이야기, 그리고 아이슬란드로 넘어가서 운영하게 될 식당을 구경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 재료 전처리하는 장면까지. 봤던 모습, 예상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출연진 사이 알콩달콩한 모습이 시청자들을 홀렸다.

실제 이날 방송된 ‘서진이네2’ 첫 회 시청률은 6.9%(닐슨코리아 제공)로 동시간대 1위였다. 앞서 한 주 먼저 방송된 ‘가브리엘’ 1회는 1.5%, ‘서진이네2’가 시작한 날 방송된 2회는 1.1%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이제 겨우 1∼2회 방송됐기 때문에 아직 승부를 예견하기는 이르다. 두 PD도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호 PD는 금요 예능대첩과 관련해 “(이런 뜨거운 관심이) 저희야 감사하다”며 “경쟁이라기보다는 좋은 상권과 경쟁자가 모여서 볼 만한 게 많은 시간이라는 모습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영석 PD도 “예능 PD들이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며 “‘가브리엘’과 ‘서진이네2’는 다르다. 많은 분이 자기 취향에 따라서 즐겁게 보면 되지, 경쟁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