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주한중국대사가 교체됨에 따라 본국 귀환을 앞둔 싱하이밍 대사가 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후회하는 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한 그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임 소감을 밝혔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면서 일명 ‘베팅 발언’, 한·중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평가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묵묵부답인 채 지나갔다. 약 30분에 걸친 조 장관 예방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중·한 양국은 붙어 있는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서로 편하게 (교류·협력)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런 방향을 두 나라 지도자들께서 이미 잡아놓고 우리는 우리로서 노력해 중·한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는데 영원히 그 정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후임자 선임 여부를 묻는 말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싱 대사에게 “한중 수교협상에도 직접 참여하고 지난 4년 반 동안 주한대사로서 수고가 많았다“고 격려했다. 조 장관은 최근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해 깊은 위로를 다시 한번 표했고, 싱 대사는 한국 정부가 신경 써준 데 대해 감사했다.
조 장관이 싱 대사를 공식적으로 단독 회동한 건 지난 1월 취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월 한국에 부임한 싱 대사는 이달 중순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 한반도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한 그는 유창한 한국어와 주북대사관 경력 등을 갖춰 중국 외교부 내 ‘한반도통’으로 꼽힌다. 약 20년의 남북 관련 업무 경험과 풍부한 한국 인맥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대외 행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일로 우리 정부 인사와 공식 접촉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