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지난달 26, 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 ‘2024 버니즈 캠프’에서 솔로로 부른 노래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뜨거운 화제다.
팬미팅이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하니가 부른 노래는 1980년대 일본을 강타한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의 메가 히트곡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
하니는 첫째 날 흰 스커트와 푸른색 줄무늬 상의를, 둘째 날 흰 상의와 푸른색 스커트를 입고 원곡의 청량한 느낌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특히 마쓰다 세이코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발머리, 이른바 ‘세이코 컷’도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5일 현재 460만뷰를 넘어섰다.
뉴진스의 이같은 한일 양국에서의 인기는 자랑스러운 현상이지만, 일면에는 아쉬움도 있다.
바로 ‘푸른 산호초’를 부른 마쓰다 세이코가 기미가요(きみがよ)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기미가요는 ‘천황(일왕)의 통치시대는 천년만년 이어지리라. 모래가 큰 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가사로,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이지만, 우리에게는 슬픈 역사를 남긴 노래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이 노래를 조선인의 황민화 정책을 위해 하루 한 번 이상 부르게 했다.
각종 모임이나 학교 조회시간 때 일장기 게양과 경례 뒤에 반드시 부르게 한 것이다.
이처럼 기미가요는 ‘히노마루’(일장기)와 함께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이에 일본에서조차 일본교직원조합 등 교사들을 중심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위배된다’며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 노래를 마쓰다 세이코는 2004년 7월 11일 나가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산요 올스타전 2차전 경기 시작 전에 기모노를 입고 불렀다.(영상 5분 17초부터 : https://youtu.be/v3Bj4F1q5b0?si=TTxOFZjI6oY1FUeJ)
이러한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른 노래로 팬미팅을 꾸몄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문화 한 관계자는 “하니의 ‘푸른 산호초’가 한국과 일본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소속사에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가수 등 다양한 부분을 검토했어야 한다”며 “이는 뉴진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소속사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미가요가 일본의 국가라고 하지만 군국주의를 상징하고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부르게 하는 등 우리 민족에게는 치욕적인 노래”라며 “그러한 노래를 부른 가수의 노래를 글로벌 스타 뉴진스가 불렀다는 점에서 좋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