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가계대출 나흘새 2.2조↑… ‘빚투’·‘영끌’ 살아나나

5대銀 가계대출 심상찮은 증가세

부동산 경기 회복에 주담대 8300억원↑
하단 금리 2%대 진입… 대출 수요 자극
공모주 등 영향 신용대출 1.1조원 불어
증시 활황에 신용융자 잔고 다시 ‘하이킥’

정부, 은행권에 대출 축소 등 관리 당부
DSR 규제 연기 등 ‘정책 엇박자’ 비판도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불과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주식 투자 등을 위한 신용한도 대출(마이너스 통장)이 1조원 넘게 늘었다.

최근 신생아특례대출 등 부동산 정책대출 요건이 완화돼 주택매수심리가 살아나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이 2개월 연기돼 이에 앞서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기대금리 인하 기대감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자는 ‘빚투’ 열풍도 살아날 조짐이다.

사진=뉴스1

7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10조7558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4영업일 만에 2조1835억원이나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이미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바 있다. 이달 들어 4일 만에 2조원 넘게 늘어난 속도를 감안하면 6월 증가폭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이달 들어 552조1526억원에서 552조9913억원으로 8387억원 불었다.

특히 신용대출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6월에는 전월 대비 2143억원 줄었다 이달 들어 나흘 만에 1조879억원이나 불었다.

 

이 같은 가계대출 폭증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회복, 공모주를 비롯한 국내외 주식 투자 자금 수요, 2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9월), 정책자금 대출 증가, 금리 인하 등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주(0.20%) 이후 약 2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나흘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난 데는 지난 2∼3일 18조5000억원 이상의 증거금이 몰린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 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5일 2862.23으로 장을 마쳐 2022년 1월18일(2902.79)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증권가에서는 30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5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5567.19)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만8352.76)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신용융자 잔고(코스피+코스닥)도 지난해 12월 평균 17조4309억원에서 지난 3월 19조1034억원, 6월 20조201억원, 7월4일 20조234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받은 일종의 신용대출이다. 이와 함께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국내 증권사의 신용융자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주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한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서울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것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 주택담보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아파트·주택 구입) 하단은 연 2.980%까지 떨어져 약 3년 만에 ‘2%대 금리’가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시중은행 행장과 부행장을 잇달아 불러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했지만 무색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 엇박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출생 위기 극복 차원에서 신생아특례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정책대출을 풀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9월로 두 달 연기한 정부가 은행권에는 대출을 조이라고 주문하는 등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강화된 2·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미루니 막차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수요를 억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대금리차를 넓혔다는 비판도 쏟아진다”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