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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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맞았다” 잠수 탄 홍명보에 뿔난 울산팬…10일 광주전서 입장 밝힐까

“우리 (울산) 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홍명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2024시즌 K리그1 포항과의 20라운드를 앞두고 한 말이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를 이끌던 홍 감독이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자 홈팬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이었다. 시종일관 단호한 입장을 보인 홍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을 뽑는 과정과 그 후 문제점을 통해 얼마만큼 학습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대한축구협회를 꼬집기도 했다.

홍명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

이 말은 불과 일주일 만에 뒤집혔다. 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새로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감독 선임 작업에 앞장선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는 8일 브리핑을 열어 홍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 이사는 5일 울산으로 내려가 홍 감독을 만났고, 홍 감독은 6일 승낙 의사를 밝혔다. 울산 구단 역시 홍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며 작별하기로 결정했다.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홍 감독이 시즌 중 지휘봉을 내려놓자, 울산 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잠수’를 탄 홍 감독은 울산의 선두 등극을 정조준하며 유종의 미를 노린다. 울산은 10일 K리그1 광주FC와 22라운드 홈경기를 펼친다. 이어 13일엔 FC서울을 불러 홈 2연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당장 광주전은 이끌 전망이다. 홍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언제까지 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시즌 중 감독을 잃는 울산은 9일 기준 승점 39(11승 6무 4패)를 쌓아 1위 김천(승점 40)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울산은 리그 3연패를 넘보고 있다. 홍 감독은 8일 오전 훈련서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동요 없이 최선을 다하자”고 덤덤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홍 감독은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돌연 감독을 빼앗긴 울산 팬들은 뿔이 났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성명서를 통해 “축구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축구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이런 비극적 선택의 결말은 실패임이 자명할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홍 감독을 향한 실망감도 크다. 김기원 처용전사 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믿어주는 팬들이 있는데 그걸 다 등지고 이렇게 떠나버린다는 것은 너무 큰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감독님의 평소 언행에 너무 반하는 행동”이라며 “차라리 미리 언질을 줬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서운하고 배신감을 안 느꼈을 텐데 안 가신다고 믿음을 주시고 갑자기 이러니까 (팬들이) 더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