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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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金·K팝… 테마 다양해진 ETF, 배당 수익도 ‘쏠쏠’ [마이머니]

돈 몰리는 상장지수펀드, 개발 경쟁 치열

투자 편의성 장점… 시총 50% 늘어 158조
KB, AI 전력 수요 폭증… 원자력 ETF 내놔
신한 ‘SOL 조선 톱3’ 국내 유일 조선업 투자
한투 ‘KPOP 포커스’ 하이브·SM 등 편입

美 금리 인하 힘 실리며 금 채굴 ETF 주목
연 10~15% 수익 노리는 배당상품도 눈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기준 ETF 시가총액은 158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00조원을 넘은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50% 넘게 늘어났다. 거래 편의성과 투명성이 높고,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게 ETF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는 ETF 시장 성장에 맞춰 상품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73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4개 늘었다.

ETF 시장 발달과 함께 이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한창이다.

현재 ETF 다수는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등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 종목이나 해외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몇몇 자산운용사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상품을 개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원자력·조선·K팝 투자해볼까

먼저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스타 글로벌 원자력 ETF’는 우라늄 및 원자력발전 관련 밸류체인 전반의 기업군에 투자한다. ‘아이셀렉트(iSelect) 글로벌 원자력 지수’를 기초지수로 한 국내 첫 ETF다. 캐나다 기반 우라늄 생산회사인 카메코, 신생사인 넥스젠 에너지를 필두로 미국의 원자력 부품 및 연료 공급업체인 BWX 테크놀로지, 국내 원전 핵심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등에 투자한다.

KB운용은 최근 AI 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 사용이 폭증하면서 원자력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성형 AI ‘챗GPT’를 한 번 사용할 때마다 구글 검색 10배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며, 데이터센터 증설도 계속되면서 전력 사용량은 폭증할 수밖에 없는데 기후변화 위기에 이를 감당할 만한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유일의 조선 전문 투자 ETF도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내놓은 ‘솔(SOL) 조선 톱3 플러스’는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조선산업 대표 3개 종목 및 조선산업 밸류체인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에프앤가이드의 ‘조선 톱3 플러스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며, 국내 3대 조선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외에 HD현대미포, HD현대중공업 등에도 투자한다.

 

최근 조선 기업들의 실적 호전망이 제기되는 터라 주목할 만하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HD한국조선해양이 예상치 못한 컨테이너선 발주 등에 힘입어 이미 올해 수주 목표의 96%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안정적으로 수주 잔고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반기부터 이들 조선사의 실적 개선세를 예상했다. 신한운용은 이와 더불어 탄소배출권 거래에 투자하는 ETF(솔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 ICE)도 운용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영하는 ‘에이스(ACE) KPOP 포커스 ETF’는 국내 최초로 K팝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국의 문화 파급력이 지난해 7위까지 오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는 K팝 산업에 주목해 개발된 상품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상품으로, 기초지수는 ‘아이셀렉트 KPOP 포커스 지수’다. K팝 엔터테인먼트 관련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내 시장 지배력을 갖춘 상위 10개 종목을 편입한다. 10개 종목 중 상위 4개(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종목의 비중을 95%까지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집중 투자 대상인 이들 4개 종목은 직전 2개년도 평균 K팝 엔터테인먼트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고, 음원 및 음반 발매사업과 공연활동 등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 중 선별했다. 한국콘텐츠진흥협회 및 각사 공시에 따르면 4개사는 2016년부터 8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28%, 지난해 기준 평균 영업이익률 19.13%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 가격이 힘을 받자 관련 ETF에 주목하는 시선도 생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내놓은 ‘하나로(HANARO) 글로벌 금 채굴기업 ETF’는 이 같은 투자자에게 제격이다. 글로벌 금광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금 채굴기업 ETF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의 글로벌 금 채굴 관련 51개 종목을 편입한 ‘아르카 골드 마이너(Arca Gold Miner) 지수’를 기초지수로 한다. 이 지수는 금 채굴 및 관련 사업으로 매출액의 50% 이상 창출하는 기업을 편입하고 있으며, 미국 금 채굴기업 뉴몬트(14.25%), 캐나다의 배릭골드(9.49%), 아그니코 이글(8.08%)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NH-아문디운용 측은 “금 현물 ETF 대비 큰 폭의 주가 변동성으로 금 가격 상승 시에는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분배금이 없는 금 현물 ETF와 달리 최근 10년간 분배금을 지급했으며,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월배당 ETF’ 상품도 주목

최근 국내 시장에서 인기 중인 ‘월배당 ETF’를 다듬어 내놓은 상품도 주목해 볼 만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 미국 S&P500+10% 프리미엄 초단기 옵션 ETF’, ‘타이거 미국 나스닥100+15% 프리미엄 초단기 ETF’는 상승장에서 주식형 ETF 대비 수익률이 낮은 커버드콜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종목명의 ‘+% 프리미엄’으로 알 수 있듯 이들 ETF는 각각 연 10%, 15%의 배당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 프리미엄’은 일반 커버드콜 ETF처럼 콜옵션을 100% 매도하는 게 아니라 목표 프리미엄만큼만 옵션 매도 비중을 조절한다.

타이거 초단기 월배당 ETF의 옵션 매도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초단기 옵션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인데, 만기가 짧은 옵션을 자주 매도할 때 소량만 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초단기 옵션이란 만기가 하루 이내로 남은 옵션을 뜻한다. 옵션 비중을 줄인 만큼 나머지는 증시에서 자본 차익의 기회를 높일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코덱스(KODEX) 미국 30년 국채+12% 프리미엄(합성H) ETF’는 미 장기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위클리 옵션을 활용해 프리미엄은 연 12% 수준을 목표로 매월 배당한다. 매월 1% 배당을 목표로 커버드콜 외 나머지 비중은 미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향후 금리 하락 시 시세차익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