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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 “이재명 前 대표 당내 다양성·민주성 확보 노력해야” [세상을 보는 창]

尹, 배우자문제 민심 수용·의회 존중을
탄핵 청문회, 尹에 민심 보여주려는 것
실제 대통령 탄핵 절차는 신중할 문제

채 상병 특검 통과시키는 게 중요
한동훈案 수용 등 민주당도 양보를
김 여사 문자 국정개입… 수사 필요

민주, 민심 귀 기울이고 늘 겸손해야
나도 한때 ‘개딸’ 문자 폭탄 받아봐
휘둘리지 않고 자기중심 잡고 정치를

5선의 정성호(63)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대표 최측근 그룹인 ‘7인회’ 출신으로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도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다. 수시로 이 대표와 소통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신뢰가 두텁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도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윤상현 의원이 TV토론회 ‘깜짝 스피드 퀴즈’에서 ‘탐나는 야당 의원’으로 정 의원을 꼽기도 했다. “의리 있고 소신 있고 할 말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에서다.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200석은 안 된다”며 “민주당도 조금 양보해 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문 기자

정 의원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연임 도전 및 사법 리스크, 채상병 특검법 대치, 국회 법사위 탄핵 청문회 등 정국 현안에 관해 물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여러 차례 “민주당이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당내 다양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고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정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데.

“저는 친명 좌장이 아니다.(웃음)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동지이고 동업자이고 가감 없이 밖의 여론을 전할 수 있는 조력자, 조언자일뿐이다. 좌장이라고 하면 이 전 대표를 따르는 사람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 전 대표의 연임 도전으로 사당화·일극화 비판이 나오는데.

“사당화는 대표가 자기 계파, 자기 지지 의원만 등용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민주당 의원 다수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2년 동안 이 전 대표가 수사받고 탄압받는 상황에서 당의 혁신과 변화를 도모하기 어려웠다. 연임 후에도 측근, 극성 친명 의원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고, 비주류 의원을 통합하지 못하면 그런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연임에 성공한 후 어떻게 혁신과 통합을 이뤄낼지 판단해 달라.”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명 마케팅’ 일색인데.

“당연한 것 아니냐. 유력한 당 대표 후보와 같이 가겠다는 게 선거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친명 마케팅 일색이 저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재집권 전략·비전 등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여당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판이 됐는데.

“국회의원 출마를 7번 하며 많은 선거를 봤지만,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집권당 전당대회가 이렇게 난장판이 된 것은 처음이다. 너무 부끄럽다.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받은 여당의 전대가 아니라 압승을 거둔 야당의 전대 같다.”

―영부인이 당무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당무 개입 정도가 아니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와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은 자신이 사과하는 게 총선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를 논의한 것이었다. 이건 총선 개입이다. 국정개입, 국정농단이다. 댓글 팀이라는 말도 나왔다. 댓글 팀이 뭐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수사해서 밝혀야 한다.”

―탄핵 국민청원 140만명이 넘자 민주당은 탄핵 청문회를 여는데.

“국회 청원이 급증했다. 총선에서 윤 정권 심판했는데도 변하지 않고 있으니까 윤 정권의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온라인에서 시위하는 것이다. 실제 탄핵 절차는 신중해야 한다. 법사위의 탄핵 청문회는 대통령에게 민심을 보여주는 과정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도한 것 같다. 쉽지 않다. 탄핵 때문에 임기가 중단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는 단 하나여야 한다. 1987년 헌법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으므로 우리 사회 변화에 조응해 헌법을 개정하고 그를 위해 임기를 단축하는 경우다. 그것도 윤 대통령 자신의 결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탄핵의 경우 현재 의석으로는 국회 의결이 불가능하고, 헌법재판소 구성도 보수 우위다. 보수 대 진보가 5대 4 구조다.”

―채상병 특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국민이 총선에서 여당을 심판한 요인 중 하나가 채 상병 사건이었다. 그때보다 많은 게 드러났다. 대통령이 해병대 1사단장을 감싸기 위해 전화했다는 정황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이걸 덮고 갈 수는 없다. 한동훈 후보는 특검을 대법원장 등 제삼자가 추천하자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대한변협에 추천권을 주자고 했다.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후 다시 민주당이 고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여야가 타협안을 만들 수 있다. 이 사건은 특검을 해야 끝나지, 안 하면 안 끝난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동훈 절충안에 부정적인데.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200석은 안 되지 않나. 그게 민심이다. 의석 수에 맞게 타협해야 한다. 우리도 조금 양보를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200석 이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 우리 주장만 일방적으로 하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민주당도 양보해서 국회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오만하고 독주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민주당은 늘 겸손해야 한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총선 민의가 윤 정부 심판인데, 윤 정부가 바뀌지 않고 있지 않냐. 그러니 당원·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이를 바꿔 내라고 요구한다. 민주당이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검사 4명 탄핵 발의는 지나친 것 아닌가.

“탄핵 사유가 명징하지 못하다. 검사 탄핵 사유 적시가 치밀하지 못했고, 당내 의견을 모으는 과정도 부족했다. 대여 전선이 흩어져 원내전략으로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해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매우 정치화되어 있다. 집권세력 입맛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매우 심하다. 그게 모여 탄핵 발의까지 이뤄진 것이다. 검사들도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전 대표 방탄이라는 비판이 많은데.

“이 전 대표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데 무슨 방탄이 되나. 이미 재판에 회부됐다. 법원에서 방탄이 되느냐. 검사 탄핵 발의했다고 검찰이 공소 유지 안 할 리도 없다. 방탄이라는 주장은 너무 무리한 것 같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 문제에 대한 입장은.

“그분들에게 휘둘리는 우리 당이나 의원이 문제다. 저도 한때 비난 문자를 1000∼2000개 받은 적도 있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자이지 당원의 대표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자기중심을 잡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팬덤정치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국민이 정치적 의사표시를 매우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과거 피동적인 정치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입장이 됐다.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가 다같이 반영되도록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조언한다면.

“헌법 제1조 1항이 국민주권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국가의 대표자가 미움·경멸을 받는다면 지도자직을 유지하지 못한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총선 민심에 따라야 한다. 배우자, 채 상병 문제 모두 민심을 잘 수용했으면 좋겠다. 그다음은 의회민주주의 문제다. 헌법에 국회가 제일 앞에 나온다. 의회를 존중하라는 뜻이다. 그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라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 윤 정부 인사의 품격이 너무 떨어진다.”

―이 전 대표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겸손이다. 민주당이 잘한 게 아니므로 국민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태도가 중요하다. 태도에 본질이 나타난다. 국회 다수당으로서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재명 일극 체제, 사당화, 다양화·민주성의 소멸, 이런 것을 넘어서려면 당을 통합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당내 비주류와 통 크게 단합하고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차기 주자로 나아가려면 당내 다양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고 통합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국민 신뢰를 얻는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