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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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역사가 “사도광산, 강제동원 역사 보여줘야 진정한 평가”

아사히, 자료집 편찬 日역사가 인터뷰
가혹한 업무 시달린 조선인 실상 전해
사망자 18명도 기재… 과거 직시 강조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보여줘야 사도광산의 평가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사도광산·조선인강제노동 자료집’ 편찬에 참여한 역사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竹内康人)씨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일본이 어두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도광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일본 정부와 니가타현, 사도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한사코 외면하는 지점이다. 자료집은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 및 강제동원에 관여한 일본인 인터뷰, 당시 상황을 전하는 자료 등을 모아 지난달 간행됐다.

17일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자료집에는 황민화(일왕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식민지 정책) 교육 등을 강요받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일본인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한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실상이 담겨 있다. 위험성이 높은 갱내 작업에 밥도 먹지 못한 채 투입되고, 광복 후 귀국해서는 폐건강 등이 악화된 사실도 전한다. 아사히는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은 가혹한 업무에 다수 배치됐다”며 “자료집에 실린 다양한 자료, 신문기사 등에는 낙반사고 등으로 사망한 조선인 18명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고 짚었다.

자료집 발간의 단서가 된 것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생활했던 기숙사의 담배 배급 대장이었다. 여기에 남아 있는 이름을 단서로 삼아 한국을 직접 방문해 당사자, 그들의 가족을 만났다. 강제동원에 관여했던 광산 직원들의 증언도 모으고, 담배를 배급했던 가게 주인들 간의 편지 등을 수집했다. 다케우치씨는 니가타현이 광산회사에서 받은 조선인 노동자 명부 사본을 요구하는 등 조사,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사도광산 갱내 모습. 연합뉴스

아사히는 “다케우치씨는 자료집에 실린 내용이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하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말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런 역사에 눈감아 버리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사도광산을 소개하는 관련 시설, 박물관에는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서술이나 자료가 없다. 메이지시대 이후 근대기의 광산 경영, 제련 기술 등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료집 편찬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는 아사히에 “조선인 노동자를 향한 태도의 근저에 있던 차별은 이제 헤이트스피치(증오연설)가 되고 있다”며 “이런 차별의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진정한 우호관계는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