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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중전회, 획기적 개혁 조치 없었다… ‘수세적’ 평가 [차이나우]

지난 18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과거와 같은 획기적 개혁 조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당국은 300개 이상의 개혁 조치가 제안됐다고 설명했지만 과감한 개혁보다는 수세적인 내용 위주로, 외신들의 평가도 박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AFP연합뉴스

◆中 “3중전회서 300개 이상 중요 개혁 조치 제안”

 

탕팡위(唐方裕)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은 19일 3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전날 통과된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며 “모두 300여개의 중요 개혁 조치를 내놨고 모두 체제·메커니즘·제도 측면에 대한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 통과된 결정이 크게 3개 장으로 나뉜다며 “첫 번째 장은 총론으로 진일보한 전면 심화 개혁과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중대 의의를 설명했고, 두 번째 장은 각론으로 경제 체제 개혁을 견인차로 삼아 영역별 개혁을 전면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장은 주로 당의 개혁 지도 강화와 당 건설(당 조직) 제도 개혁 심화를 다뤘다”고 덧붙였다.

 

탕 부주임은 외국인 투자 감소 상황에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비즈니스 환경이 지속해 개선되고 시장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 활용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중전회에서 높은 수준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외자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또 그간 경제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 부동산 부채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원슈(韓文秀)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판공실 일상공작 담당 부주임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고, 우리는 재고 소화와 증가량 개선을 서로 결합한 방침을 견지하면서 부동산 신(新)정책을 이행·완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주임은 “20기 3중전회 정신을 관철하려면 부동산 발전 신모델 구축을 가속해야 한다”며 “과거 ‘고부채·고회전·고레버리지’ 모델의 폐단을 없애고, 인민 대중의 새로운 기대에 맞는 좋은 집을 만들어 강성(剛性·실거주 목적)·개선성(改善性·주거환경 개선 목적) 수요를 더 잘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에 상응한 융자·재정·세제·토지·판매 등 기초적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부주임은 침체한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 수요, 특히 소비자 수요를 확대해야 하고, 국내 대순환의 내생 동력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수 잠재력을 충분히 발굴해 국내 초대규모시장이라는 이점을 활용하고, 소비의 기초적 작용과 투자의 핵심적 작용을 발휘함으로써 경제가 질적으로 효과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양적으로 합리적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각한 부채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에 관해선 현재 사실상 중앙으로 집중된 세수·재정 권한을 일부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가 열린 중난하이 지도부 건물 밖을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서 있다. AP연합뉴스

◆외신 “기존 노선 고수에 그쳐”

 

외신들은 3중전회에 대해 과거와 같은 획기적 개혁 조치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가 과거 제시했던 노선에 대한 고수를 다짐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중전회가 큰 개선 조치들을 시사하지 않았다면서 경제 안보와 기술 우위에 초점을 맞춘 국가 주도 개발 모델에 대한 시 주석의 비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19일 평가했다. 특히 전날 발표된 공보문에는 시장이나 소비자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기보다는 경제 발전의 중심에 있는 국가 위치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보문에 ‘견지’(堅持·고수하다)라는 단어가 17번이나 등장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공보문은) 오늘날 중국이 특히 직면한 경제 분야의 심각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설정한 접근법과 여정을 본질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 소장은 “당 내 기술자 출신 관료들도 투자자들만큼 실망이 클 것”이라면서 “시 주석의 공산당 통제 강조는 가까운 미래 중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보장하겠지만 경제 활력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중전회 공보에서 중국 경제의 당면 문제인 수요 확대나 부동산 침체를 억제하기 위한 주요 조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고품질 발전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 건설하는 중요한 과업’이라는 공보문 문장을 인용하면서 선진적 제조공업을 활용해 성장을 창출하겠다는 시 주석의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중국이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제조업 집중은 중국 수출 증가가 미국과 유럽연합의 새 관세 부과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성균중국연구소도 3중전회 분석 특별 리포트에서 “미래지향적인 의제 설정보다는 보수적인 경제 관리와 현상 유지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 제3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천안문 광장 인근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習 강조해온 ‘공동부유’ 개념은 빠져

 

이번 3중전회 공보에서는 그간 시 주석이 강조해온 ‘공동부유’ 개념이 빠졌다. 중국공산당은 18일 발표된 5072자 분량의 공보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공동부유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첨단 기술 주도의 ‘신품질 생산력’이나 신흥 산업 육성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 방점을 찍었다.

 

공동부유는 ‘시진핑 2기’ 때인 2021년 새로 주목받은 개념이다. 중국은 이를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의 현실적 한계를 넘어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무원은 2021년 5월 동부 저장성을 ‘공동부유 시범구역’으로 지정했고, 시 주석은 같은해 8월 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공동부유는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요, 인민 대중의 물질적 생활과 정신적 생활이 모두 부유해지는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시진핑 3기’의 문을 연 2022년 제20차 당 대회 폐막 시점에는 당장(黨章·당헌)에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점진적 실현”이 명시되는 등 공동부유는 중국의 공식 목표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후 시 주석의 공동부유 드라이브 속에서 부동산·정보기술(IT)·사교육 등 민간 부유 계층을 만들어온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가 한동안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고, 부동산 투자는 투기로 규정돼 단속 대상이 됐다.

 

공동부유를 통해 빈부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 흐름을 보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3년 가까이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 경제성장률이 기대를 밑돌자 반발도 이어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까지도 “공동부유를 착실히 추진하고 사회 조화와 안정을 촉진한다”는 항목을 담았지만, 이번 3중전회 공보에선 이 표현이 제외됐다.

 

다만 큰 틀에서는 공동부유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유지된 가운데도 어조를 다소 온건하게 바꾼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