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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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반바지 레깅스’…“민망해” vs “보라고 입는거 아냐”

法 레깅스 몰카에 ‘무죄’ 선고하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운동복과 일상복 경계를 허무는 ‘애슬레저룩’(레깅스)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앞서 상상했던 ‘반바지 레깅스’가 일부에서 유행이 되고 있다.

 

그간 레깅스 디자인을 둘러싼 논쟁이 일은 바 있는데, 무더운 여름 반바지처럼 짧은 레깅스만 입도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이 늘면서 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들은 “내 편의를 위해 입는다. 남들 보라고 입은 거 아니다” 등의 입장이지만, 옷의 특성상 “민망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나이키코리아, 크리스에프앤씨 등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여름철을 맞아 길이와 색을 다양하게 디자인한 짧은 레깅스를 출시하고 있다.

 

‘반바지 레깅스’ 또는 ‘쇼츠 레깅스’로 불리는 이 제품들은 발목까지 오는 레깅스 길이를 무릎 위나 허벅지 중간까지 크게 줄인게 특징이다.

 

업계는 여름철 시원하게 입을 수 있고 무릎을 굽힐 때 종아리 아래를 압박하지 않아 편안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또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색으로 출시되는가 하면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땀 흡수 등이 좋아 운동 등 활동성에 특화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처음 유행했던 검정색 스타킹과 같은 모습은 없어지고 날씬한 여성들만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이다.

 

레깅스는 옷의 특성상 비만한 여성이 입기에는 부담스러운 옷이다. 이에 일부는 시선이 신경쓰이는 등 다소 민망하더라도 반바지 레깅스를 입는다고 한다.

 

스포츠웨어 업계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에 “과거 스포츠 레깅스는 검은색이나 무채색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디자인까지 겸비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디자인 고려 요소 역시 여성들의 몸매에 따라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짧은 레깅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부에서는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데다 길이까지 짧아져 더 민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시선 외에도 운동복이란 점을 강조하며 기능성 의류라는 의견도 많다.

 

한편 앞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기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버스를 타고 가다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씨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동영상 촬영했다.

 

A씨는 현장에서 걸려 경찰에 검거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01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피해자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장소·각도·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살폈다.

 

B씨는 당시 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다.

 

A씨는 출입문 맞은편 좌석에 앉아 B씨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는데,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통상적으로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