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통령실 선임 행정관이 면허가 취소될 수준으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데 이어 그제는 경호처 4급 경호관이 서울의 한 지하철 전동차에서 모르는 여성의 신체를 만지다 공중밀집장소 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호관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경찰은 감시카메라 자료 등 증거가 명확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경찰수사 개시 통보 당일 대기발령 조치했고, 검찰 조사 후 기소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사 풀린 대통령실 공직기강의 실상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선임 행정관은 지난달 7일 음주운전을 하고서도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버티다 15분이 지난 뒤에야 응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쉬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세’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다. 보통 이 정도면 곧바로 직무배제를 하는 게 정상인데, 대통령실이 미적대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실이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때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이라며 시동잠금장치 설치 공약까지 내건 적이 있어 더욱 실망스럽다.
음주운전과 성추행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씨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부른 게 얼마 전이다. 성추행 문제 역시 이에 못지않다. 이런데도 대통령실 직원들이 이런 문제에 연루됐다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조사 후 사실로 밝혀지면 중징계로 다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알려진 대로 이 직원이 ‘실세’라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게 맞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돌아가야 국정도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의 마음가짐이 같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허구한 날 대통령실 직원이 구설에 오르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대통령실은 작금의 나라 안팎 상황이 안 보이나. 국내는 여야의 정쟁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대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 대선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고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되는 시기이다. 진행 중인 개각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실이 흔들림이 없어야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이 바로 서는 법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사설] 음주운전에 성추행, 대통령실 기강 해이 도 넘었다
기사입력 2024-07-23 23:08:38
기사수정 2024-07-23 23: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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