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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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시집간 딸 보러 왔다가… 화재로 베트남 외할머니 세 살 손자와 참변

충남 청양군에서 농가주택 화재로 70대 베트남 국적 외할머니와 세 살배기 손자가 28일 숨졌다.

 

결혼을 통해 이주한 딸을 도와주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손자와 함께 참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 청남면 농가주택에서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이 집이 전소됐다. 연합뉴스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29일 화재 원인과 사인 규명에 착수했다.

 

충남경찰청 과학수사대와 충남 소방 화재조사팀,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가량 주택 현장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불이 주택 안에서 난 것으로 추정하고, 주방 가스레인지와 냄비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요청했다.

 

불이 난 주택은 목재와 황토로 만든 오래된 농가주택이다. 주택이 불에 타면서 천장 일부가 내려앉고, 흙더미에 묻힌 상황이라 현장 감식만으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 국적자 A(70대)씨와 세 살배기 손자는 모두 주방 안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말은 거의 못해 바깥 출입이 거의 없었던 A씨가 대피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지난 2월 입국해 부부와 같이 지내며 농사일과 육아를 도왔고, 평소 고혈압 약을 복용하던 것 외 별다른 지병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사위와 딸은 화재 당시 주택과는 멀리 떨어진 농작물 시설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불이 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주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본 마을 주민이 119신고를 했다.

 

경찰은 부검과 합동감식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A씨의 가족들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재 원인과 사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직 범죄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지만, 화재 전후 주택에 외부인 침입이 있었는지 등도 같이 들여다볼 계획이다.

 

현장 감식 관계자는 "화재가 낮 시간대에 발생했고, 크게 복잡한 구조의 주택이 아니었는데도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목조건물 특성상 불길이 급격히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 검식 결과가 나와봐야 자세한 원인 규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오후 5시 30분쯤 청양군 청남면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졌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1시간 1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68㎡ 규모의 주택이 모두 불에 탔다.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